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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formoflove Oct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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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먼스 이어

봄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는 날, 그들은 조용히 복사꽃이 만개한 거리를 걸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녀의 손은 처음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길이 닿자, 그녀는 천천히 긴장을 풀고 손끝에 있던 힘이 빠져나갔다. 둘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 살짝 풀리는 것 같았다.


“요즘 너 많이 바쁜 것 같아,” 그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묘한 불안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바쁘기도 하고… 생각할 것도 많아서.”


그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들과 함께 걷는 이 순간마저도, 그녀는 자신만의 세상 속에 있는 듯했다. 그녀가 조금 더 그에게 마음을 열기를 바랐지만, 그 기대는 언제나 닿지 못할 곳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시선은 어딘가 먼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너랑 걷고 있지만, 넌 어디론가 멀리 있는 것 같아.”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 잠시 멈춰 섰다. 복사꽃이 바람에 살며시 흩날리고 있었다. 그녀의 미소는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그 속에는 그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감춰져 있었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넌 나 없이도 잘 지낼 것 같아.” 그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말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럴지도 몰라,” 그녀가 고백하듯 답했다. “근데… 그게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쉬운 일은 아니야.”


그의 가슴속에는 더 많은 말들이 쌓여 있었지만, 입 밖으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복사꽃이 떨어져 그들의 발 밑을 가득 채웠고, 봄날의 공기는 여전히 따뜻했지만,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차갑게 느껴졌다.


“네가 나 없이도 아무렇지 않게 지낼 거란 생각이… 난 솔직히 무서워,” 그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더 꽉 잡았다. 그녀의 손끝은 차가웠지만, 그는 그 온기 속에서 그녀가 더 멀어지지 않길 바랐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을 살며시 쥐었다. “나도 그런 생각해. 근데… 지금 이 순간은 그냥 같이 있는 게 좋아.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


그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그녀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만큼은 복사꽃이 흩날리는 봄밤 속에서, 두 사람은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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