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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formoflove Oct 23. 2024

어쩌면 이유가 필요한 밤

크르르

가을밤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적당한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며 소리를 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옆에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별빛이 그들 위에서 반짝였고, 그들의 숨소리가 조용히 밤공기 속으로 스며들었다.


“무슨 생각해?”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말에 그는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너 생각.” 짧고 간결하게 내뱉었지만 그 말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또 그런 말,” 그녀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 그런 말은 아무렇지 않게 하니까 좀 얄미워.”


그는 웃었다. “사실이니까. 네가 옆에 있는 게 이렇게 신기해.”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왜 신기해?”


“가끔 생각해.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우리가 만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고. 근데 결국 만나게 됐잖아. 그게 신기하지 않냐고.”


그녀는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응, 신기해. 그런데 지금은… 그냥 이 순간이 너무 좋아서 더 생각할 필요 없을 것 같아.”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 순간, 바람이 더 차가워지며 그녀의 어깨를 스쳤다. 그가 재빨리 자신의 재킷을 벗어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이제 바람이 쌀쌀하네.”


“너 춥잖아.”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괜찮아. 넌 더 추워 보이니까.” 그가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그 재킷의 따스함을 느꼈다.


잠시 후, 그들은 근처에 있는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았다. 주위는 조용했고, 밤하늘은 여전히 별빛으로 가득했다. 별들이 그들 위에서 무언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너랑 함께하는 시간은 마치 이 별들 같아,” 그가 속삭이듯 말했다.


“별 같다고?” 그녀가 물었다.


“응, 별은 항상 거기 있는데 우리가 잘 못 보잖아. 그런데 오늘처럼 맑은 날에는 이렇게 빛나는 게 보이잖아. 너도 그래. 늘 내 옆에 있지만, 가끔 이렇게 깊은 밤에야 네가 얼마나 특별한지 깨닫게 돼.”


그녀는 그의 말을 들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가슴이 따뜻해졌지만, 동시에 조금 불안해졌다. “가끔 그런 생각해. 우리가 이렇게 행복한데, 혹시 이 순간들이 금방 사라져 버리면 어떡하지?”


그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는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말했다. “사라지지 않아. 너랑 함께 있는 이 순간은 어디 가지 않아. 설령 우리가 다른 곳에 있어도, 네가 내 마음에 있으니까.”


그녀는 그 말에 안도하며 그의 손을 더 꽉 잡았다. “나도 그래. 네가 내 옆에 있어서 다행이야. 요즘, 네가 없던 시간들이 다 잊혀가는 것 같아.”


그 순간, 갑자기 공원 전등이 꺼졌다. 그들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어둠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별들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봐, 이제는 더 잘 보이지?” 그가 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응,” 그녀가 그의 어깨에 살며시 기댔다. “너와 함께하는 이 밤이 더 특별해졌어.”


그녀는 그의 온기를 느끼며 그 순간을 깊이 간직했다. 그들 둘 다 이미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계절이 바뀌어도, 이 순간은 영원히 그들의 마음속에 남을 것이란 것을.


“너랑 있으면, 난 어디든 괜찮아,” 그녀가 속삭였다.


“나도. 난 항상 네 곁에 있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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