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내게 왜?
오늘 허양은 일기를 쓰지 않았다
대신 아침에 일어나 혼자 생각한 것을
그의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그녀의 부모에게는 두 딸이 있고 허양은 그중 장녀이다.
오늘 아침 문득 그녀는 초등학교 때
미술 숙제로 찰흙 만들기를 하던 것이 생각났다고 한다.
손재주가 동생에 비해 떨어진 그녀는 아버지의 퇴근을 기다렸고 도와달라 하여 숙제를 마쳤다고 한다.
그런 그녀에 비해 동생은 그런 숙제를 스스로 했는데
이를 본 어머니는 허양에게
‘혼자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라고 했단다.
그저 손재주가 조금 모자랐던 건데.
그래서 도와달라 한 건데.
수학도 체육도 잘하는데.
커서는 학자금도 스스로 갚고
부모님 도움 하나 받지 못하고 지금의 자리까지 온
허양은 어린 시절 그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고 한다.
과외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그녀는 외고를 진학했다.
그러나 그녀가 부모로부터 들은 말은
‘왜 멀고 비싼 데를 가려하니.’ 였다고 한다.
외고를 갔지만 수학, 과학에 뛰어났던 허양은
늘 국어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녀의 부모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국어실력이 모자란 거야.’
라고 했단다.
정작 그녀 앞에서 부모님들은 한 번도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학원 다닐 돈은 없었지만 스스로 공부를 잘하다 보니
여러 과외팀에서 무료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았던 허양은 어느 날 중간고사 성적표를 아버지에게 보여줬다고 한다. 성적이 잘 나왔기에 칭찬을 기대한 그녀에게
‘100점이 여러 명이면 진짜 1등은 아니네.’라는
답이 들려왔다.
조금은 달리 표현할 수 있었다.
이건 부족하지만 저건 잘해,
도움을 요청하는 건 용기 있는 일이야,
110점이 만점이었다면 너가 유일한 만점이었겠다,
아니면 그저 잘했다.. 그 세 글자 만이었더라면.
허양의 남편은 그녀가 박사과정일 때 연애를 했다.
밤새 같이 놀고도 첫 수업을 가던 모습에,
주말에 과외를 가서 돈을 버는 모습에 경탄했다.
허양의 성적표를 본 그는 무척 놀랬다.
아니 뭔 1등이 이렇게 많아?
대학시절에는 왜 이리 A가 많아?
남편이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던 허양의 학창 시절이다.
칭찬을 못 받았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허양의 부모들이 유별난 것도 아니다.
극히 평범 그 자체인 분들이다.
경상도 출신이 문제인 것도 아니다.
그저 그들도 부모가 처음이었을 뿐인 것 같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의 지지가 조금만 더 있었다면.
허양이 힘든 일이 있을 때 제일 먼저 지원군으로 떠올리는 사람들이 부모님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걸 하며 그녀의 남편은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