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은 정말 잔잔하게 지나갔기 때문에 한 편에 담아볼까 한다. 그 정도로 정말 별일이 없었다.
이 도서관은 방학 때 정말 이용자가 없었다. 사실 초등학교는 방학 때도 돌봄 교실이나 방과 후 수업으로 인해 학생들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는 100% 본관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도서관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버렸다. 그나마 급식실과 같은 건물이라는 게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는 줄은 방학이 되어서야 알았다. 방학 때는 급식을 안 하니까 정말 소수의 아이들만 도서관을 찾았다.
그래서 어땠냐고? 솔직히 사서로서 그러면 안 되지만 정말 행복했다. 이곳이 이렇게 한가롭고 여유로울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여름방학과 2학기 행사 준비나 다른 행정 업무가 있었지만, 이용자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여유가 생겼다. 근로들에게도 더 넉넉하게 시간을 주며 서가 배열 확인을 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딱 1주일은 행복했다. 기대를 안고 준비한 도장 행사가 망해가는 걸 보면서 조금씩 속상해지기 시작했다. 정말 예쁜 도장판을 디자인하고, 인쇄하고, 잘랐던 노력이 자꾸만 아까웠다. 야심 차게 새 도장까지 사서 준비한 행사인데..
그래서 원래는 1인당 1번씩만 참여할 수 있게 하던 것을 5번으로 늘렸다. 꾸준히 오는 애들에게라도 선물을 퍼주고 싶었으니까. 그래도 원래 목표치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었다. 보다 못해 본관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며 홍보를 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런 상황이 바뀐 건 사전 신청을 받아 진행한 '도서관 여름캠프'를 시작하면서였다. 6개의 학년을 3개로 나누어 진행한 행사였는데, 1~2학년은 컬러링북, 3~6학년은 북아트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당연히 강사를 섭외할 여건은 되지 않았고, 그동안의 여러 알바 경험을 토대로 내가 직접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참여율과 반응이 좋아서 놀랐다.
평소에는 도서관에 자주 오지 않아 행사를 하는 줄도 몰랐던 애들도 캠프를 계기로 도장 행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나는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여전히 목표치보다는 낮았지만 그래도 꽤 뿌듯한 광경이었다.
아무래도 2학기에 도장 행사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자기하면서 참여형 행사라 반응이 더 좋은 듯했다. 게다가 여러 독후활동을 결합한 형태라 교육적이기까지 했다. 상품을 위해서라지만 그렇다고 도서관에 와서 책을 빌리고 독후활동지를 써오는 건 결코 의미 없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에 없던 여유와 교훈을 얻은 채 한 달 간의 방학은 끝났다. 그 와중에 야무지게 연차를 사용해서 일주일을 쉬었다. 학기 중에는 연차 사용이 어렵기 때문에 방학에라도 몰아서 쓰겠다고 했던 것이다. 남은 2학기도 잘 버티기 위한 재충전의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