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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by 찬우

덜컥 방문을 여는 게

매일매일 모험이야

참 후회되지

이 쉬운 걸 여태 안 했다는 게

“할까?”가 먼저 오면 하고

“하지 말까?”가 먼저 와도 해야지

저 멀리서

슬금슬금 다가오는 51번 버스

이제 그만


공짜와 무료는 언제나 한 톤 차이의

팝업 스토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환승 제한까지 갈아타도

받은 내상만큼 사랑을 베푸는 역설 같은 게 세상엔 있잖아

배차 간격이 멀어지고


내 세상엔 그런 게 없는데

이제 그만


네가 단단해서 좋다고 했지

사실 네가 단단하길 바라서 한 말이었지

난 무르니까

자꾸만 내 이름을 부르니까

마음이 더 급해지잖아

이제 그만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사례를 몇 주 전,

내 문장의 설득력으로 빌려 사용했다

거짓말처럼

어제

그가 죽었다

60년의 우아함을 허공에 남긴 채


수명은 어차피 뒤통수로 온다

배신과 복수처럼

유행을 넘어

비닐을 씌우지도 않은 채 팔리는 런웨이


제각각의 체온을 가지고 걷지

내 무름과 당신의 강도 사이에서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고

그래도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이제 그만

듣기 싫어 씨발 좀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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