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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류지 Feb 24. 2024

버스 정류장에서의 우리 엄마

 나는 시간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1분이라도 늦으면 셔틀을 하나 뒤에 것을 타게 될까 봐, 그러면 적어도 7분은 늦게 학교에 도착하니까, 아침을 먹으며 옷을 입을 때도 있었다. 수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인 나에게는 출퇴근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또 집에서 나가자마자 그냥 막 뛸 때도 있었다. 물론, 그렇게 하면 학교에 조금 빨리 도착하기는 한다. 셔틀에 마지막 순서로 운 좋게 탈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도착하면 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마음 상태를 가지기 위해 약간의 숨 고르기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금은 그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예전만큼은 서두르지 않는다. 무튼, 나는 시간에 대한 조금의 강박관념이 있다.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기다려야 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누군가와 전화를 할 때는 절대 가만히 앉아서 하지 않는다. 무조건 걷는다. 틈새 운동이라고 할까나. 특히 나는 연구실에서 퇴근을 하는과 동시에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돼지야 뭐 해~?" 이렇게 전화로 오늘 일상에 대해 수다를 떨며 30~40분을 걸어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면 "엄마, 나 이제 들어가~" 하면서 전화를 마친다.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나는 집을 가며 엄마랑 이런저런 얘기를 신나게 하고 있었다. 오늘은 엄마가 저녁 약속이 있어서 집에서 나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렇구나~' 하고 열심히 통화를 했다. 이제 집에 다 와갈 때쯤, 엄마가 '이제는 버스를 타야 된다~ 약속 늦는다~' 하셨다. 알고 보니 나랑 통화한다고 버스를 2대나 보내셨다고 했다. 그 순간 마음이 쿵- 했다. 나에게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고 버스를 그냥 보내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당연히 버스를 타야 한다고 바로 끊을 것 같다. 그런데 엄마는 그러지 않았다. 맨날 통화를 해서 그렇게 중요하고 급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나의 이야기를 다 들어준다고 버스를.. 두대나 그냥 보냈다. 


 생각해 보니 엄마는 나를 참 많이 기다려주었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야자가 끝나는 오후 10시쯤이면 항상 엄마가 학교 앞으로 데리러 오셨다. 나를 길에서 기다리게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친구들이랑 떠들고 내려온다고 엄마를 엄청 기다리게 했을 것이다. 그때는 그것을 왜 알지 못했을까. 철없던 그때의 어린 내가 괜히 괘씸하다. 그 시절의 나에게 옆에서 말해주고 싶다. 엄마 상처 주지 말라고. 엄마도 엄마를 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한 여자로서 멋지고 예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태어난 것이라고, 너를 기다려주시는 것이 절대 당연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제는 엄마가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다. 지금도 부산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엄마를 마중 나가고, 엄마를 먼저 찾아갈 것이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우리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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