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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류지 Feb 17. 2024

엄마의 배웅


    2021년 가을, 나는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되었다. 대학교를 마칠 때까지 엄마의 품 안에서 따뜻하게, 편하게 살다가 서울에 있는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어 독립을 시작했다. 어느덧 서울에 혼자 있었는지도 2년이 넘었다. 서울 생활이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자취방에서의 내 삶에도 완벽히 적응되었다. 혼자만의 시간도 잘 보내고, 혼자 밥도 정말 잘해 먹는다. 하지만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며 나의 내면이 성숙해져 갈수록 이때까지의 엄마의 사랑을 더 잘 이해하게 되어 그 그리움은 더 커지는 것 같기도 하다. 


   상경을 한 후 부산인 본가에 내려갔다가 올라온 것도 참 많다. 그래서인지 본가를 내려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아주 단순해졌다. 처음에는 혼자 기차를 타는 것도 무서웠다. 혹여나 기차 시간에 늦을까 봐 일찍 나와서 결국 서울역에서 2시간이나 홀로 서성인 적도 있다. 그리고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2시간 30분이 12시간 30분처럼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기차 시간에 적당히 잘 맞춰서 기차역에 도착하고, 기차 안에서도 책을 읽는다거나 잠을 잘 자는 등 고요한 시간을 잘 보낸다. 또, 옷 등의 짐도 아주 많이 줄었고 나의 심리적인 짐도 많이 없다. 다시 서울로 올라올 때도 마찬가지다. 다만, 엄마를 보러 부산에 내려가는 설렘, 또 엄마와의 이별의 순간에 찾아오는 슬픔은 그대로이다. 아니, 점점 커지는 것 같기도. 


     이번 설에도 다시 그 설렘과 슬픔이 찾아왔다. 저번 학기에 잦은 해외 학회와 논문 제출로 인해 부산에 가지 못해 작년 추석 이후로 처음 가는 부산이었다. 오랜만에 따스운 우리 집에서 나를 반겨줄 엄마를 볼 생각에 무척이나 설레었다. 그리고 괘씸하게도 항상 너무나 빨리 와버리는 이별의 순간, 그 슬픔이 또 나를 안아주었다. 내가 다시 서울로 갈 때가 되면 엄마는 집 근처 지하철 역까지 항상 배웅을 나와준다. 많은 경우 차를 타고 배웅을 해준 후 차에서 작별인사를 하지만, 이번 설에는 들고 올라올 짐도 많지 않아서 같이 걸어서 그 지하철 역으로 갔다. 이제 엄마와 또 작별인사를 하고 부산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교통카드를 찍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저 위에서 고개를 내밀고 끝까지 나를 걱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던 엄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이번에는 울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또 지하철 플랫폼에서 눈물을 훔쳤다. 매 이별의 순간에는 미안한 감정이 너무나 크게 다가온다. 아직 걱정이 많이 되는 막내딸이라서, 약한 곳이 많은 딸이라서, 방황도 많이 하는 딸이라서, 고집이 센 딸이어서, 또 더 같이 있지 못하고 서울로 올라가 버리는 딸이라서.. 


    나는 우리 엄마의 딸인 것이, 우리 엄마가 나의 엄마인 것이 세상 무엇보다도 감사하다. 엄마에 대해 글을 써보니 더 보고프고 그리워진다. 우리 엄마가 오늘 행복한 하루를 보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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