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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류지 Mar 02. 2024

엄마의 꽃다발

    이번 글에서는 우리 엄마의 손재주에 대해 맘껏 자랑해보려고 한다. 


    우리 엄마는 손재주가 무척 좋다. 우선, 언니와 나의 어린 시절 사진에는 엄마가 만들어준 예쁜 뜨개옷을 입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억에도 없는 아주 어린 시절, 엄마가 만들어준 꼬까옷을 입은 우리는 참 귀엽더라. 그렇게 귀엽고 예쁜 옷을 만들어준, 그리고 우리를 만들어준 우리 엄마는 그 사진을 담을 때에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 그때의 엄마의 미소가 선명히 보인다. 엄마가 행복한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참 좋다. 


 

     우리 엄마에 대해서라면 요리 솜씨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한식 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우리 엄마는 이때까지 우리에게 다양한 건강한 요리를 해주셨다. 덕분에 여러 가지 요리들에는 나의 추억 이야기가 담겨있다. 

김치볶음밥 전용 사자 그릇,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엄마의 정성 가득 김치볶음밥

지금 이 순간에는, 귀여운 사자 그림이 그려져 있는 움푹 파인 큰 그릇에 해주시던 김치볶음밥이 떠오른다. 그 사자 그릇은 김치볶음밥 전용이다. 동그란 자신의 속 깊은 곳에 김치볶음밥만 담아본 귀여운 그릇이다. 무튼, 엄마의 김치볶음밥은 김치뿐만이 아니라 당근, 양파 그리고 버섯 등등 여러 다양한 야채가 들어있던 정성 가득한 요리이다. 맛있게 볶은 김치볶음밥을 이 귀여운 그릇에 잘 담고 치즈를 올려 전자레인지에서 치즈를 녹여주기까지 하면! 그 시절, 언니와 내가 정말 좋아했던 엄마표 김치볶음밥 완성이다. 거의 매 끼니 요리를 해 먹는 자취생인 나는 이제 알게 되었다. 김치볶음밥은 아마 '간단한 요리'로 잘 알려져 있지만, 우리 엄마의 김치볶음밥은 절대 그랬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 글의 주제가 될 우리 엄마의 손재주는 바로 꽃꽂이이다. 꽃다운 우리 엄마는 예전부터 꽃과 나무들에 관심이 많았다. 마치 언젠가 전문적으로 공부를 했던 것 마냥 길가에 있는 꽃, 나무들의 이름을 줄줄 꾀고 있으셨다. '야야~ 저거는 철쭉도 진달래도 아니라 연분홍이다!' 나는 아직 이 둘의 차이를 잘 모르지만 엄마에게 참 많이 들었던 말이다. 언니와 내가 학생일 때, 엄마는 가끔 취미로 꽃꽂이를 배우러 가셨다. 

10년 전, 내가 담았던 엄마의 작품 중 하나

그런 날에는 정말이지 예쁘고 커다란 꽃다발을 집으로 들고 오셨다. 덕분에 우리 집 거실은 꽃밭이 되어 좋은 향기가 났다. 꽃꽂이 수업을 다녀온 엄마는 어색하게 자랑을 하셨다. "아니~ 내가 그냥 이거 취미로 한다고 하면 다들 놀라더라~ 쌤도 내보고 억수로 잘한다 하고.. ㅋㅋ 내가 봐도 내가 젤 잘했긴 했더라^^"라고. 평소에 이렇게 자랑을 하시는 분이 아니기에 이럴 때면 엄마가 참 귀엽게 느껴지곤 했다. 그리고 정말이지 엄마의 작품은 굉장했다. 언니와 나는 내심 엄마가 이 엄청난 재능을 묵히지 말고 꽃꽂이를 전문적으로 배워서 멋진 플로리스트가 되기를 바랐던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이 엄마의 꿈이었다면, 부디 그 꿈을 이루기를 바랐다. 하지만 엄마는 그 과정이 돈이 너무 많이 들기도 하고 "이제 귀찮다~ 재미로 할끼다!" 하시며 그저 가끔 취미로 배우기만을 하셨다. 

 그렇게 적어도 5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후인 작년,  엄마가 처음으로 국가공인 자격증이라는 것에 관심이 생기셨다. 그러고는 화훼 장식 기능사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수업을 듣고 관련 책을 사서 공부를 하시는 것이었다..! 현재는 대학원생인 내가 중고등학생이었던 10년 전쯤부터, 시험을 준비하는 나 옆에서 맛있고 건강한 요리를 해주시고, 최대한 나를 배려해 주시며 모든 것을 나의 일정에 맞춰주신 것이 지난날들의 대부분이었는데, 이렇게 반대로 엄마가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처음 있는 경우였다. 엄마가 나한테 해줬던 것처럼 엄마 옆에서 큰 힘이 되어주고 싶었지만 당시에도 지금처럼 나는 서울, 엄마는 부산에 있었기에 나는 엄마를 멀리서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기도, 그리고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엄마 진~짜 멋지다!' 하는 마음이 제일 컸던 것 같다. 엄마가 꼭 시험에 통과하였으면 했다.

    화훼 장식 기능사 자격시험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필기 시험과 실기 시험으로 구성되어 있고, 필기를 통과해야 실기를 치를 수 있다고 한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필기 시험에는 도통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여러 식물들에 대한 문제가 나오는 것 같았다. 엄마는 그 당시 나와 통화를 할 때면 "니 이런 식물 들어봤냐? 나도 이런 것은 또 처음 보네... 큰일이다.. 우짤끼고.. 이거 붙을 수 있는 거 맞나! 모르겠다~"하셨다. 웃으며 재미있게 말씀을 하셨지만 이전의 나처럼 시험을 앞두고 많이 떨고 있는 엄마의 마음속이 보였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그런 감정은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의 예상처럼 엄마는 필기 시험에 한 번에 합격하고 실기 시험을 준비하셨다. 실기 시험은 더 많은 과정과 준비가 필요했다. 스스로 꽃을 준비해 가야 하며, 주제도 그 당일에 바로 받을 수 있다니..! 상상만으로도 막막하지만 멋진 우리 엄마는 묵묵히, 열심히 준비를 하셨다. 그리고 놀랍게도! (엄마의 재능을 알고 있는 나에게는 예상 가능한 결과였지만 ㅎㅎ) 엄마는 단 한 번의 도전만에 그 어렵다는 화훼 기능사 자격의 실기 시험까지 덜컥 통과하셨다. 그 소식을 듣고 나는 내가 시험을 치르고 좋은 결과를 받았을 때보다 더 기뻤다. 우리 엄마, 정말 멋지다! 그렇게 엄마는 더 엄청난 능력자가 되었다. 하지만 엄마는 꽃집을 차리려고 자격증을 딴 것은 아니라고 하셨다. 그냥 하고 싶으셨다고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것이 진짜 엄마 속마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저 엄마의 도전을 묵묵히 응원하며 바라보고 싶다. 그저 본인이 만든 예쁘디예쁜 꽃다발처럼 아름다운 우리 엄마가 꽃길만을 걸으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저께는 나의 석사 졸업식이었다. 이전에 장난으로 "엄마 내 졸업식 때 꽃은 엄마가 만들어주는 거야~?" 했었다. 그런데 그러려면 부산에서 만들어서 서울까지 가져와야 하기에 보통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실제로 꼭 그래주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항상 멋쩍은 듯하며 뜻밖의 감동을 주는 그런 로맨틱한 여자였다. 서울로 오기 이틀 전부터 부산의 꽃시장에서 꽃 한 송이 한 송이를 신중히 고르고 정성을 다해 꽃다발을 만드셔서 가져오셨다. 졸업식에서 본 수많은 꽃다발 중에, 아니 내가 살면서 본 꽃다발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꽃 종류의 조합, 색의 조화, 그리고 나와 어울리는 분위기까지 모든 것을 신중히 고민한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너무나 자랑스러웠고 행복했다. 엄마는 다시 부산으로 내려갔지만, 지금 내 방에는 엄마의 꽃이 한가득 활짝 피어있다. 엄마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 '우리 예쁘고 철없는 막내딸이 척척 석사라니! 대견하다!'

엄마가 만든 나의 석사 졸업식 꽃다발

 



    엄마, 그저께에도, 25년 전에도 이렇게나 예쁜 꽃을 만들어주어 고마워. 이런 꽃은 아름다운 꽃만이 만들 수 있는 것 아닐까. 엄마의 앞으로의 인생에도 이렇게 멋진 붉은빛을 자랑하는 장미, 우리 엄마가 다방면으로 가득 가지고 있는 '매력'이 꽃말이라는 라넌큘러스, 우리의 매일의 출발을 응원하는 것 같은 샛노란 프리지어들이 가득하기를 바라. 또 그 길에서 나는 가장 아름다운 엄마의 꽃이 될게.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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