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류지 Jul 05. 2024

나의 실험실에서 대작이 탄생했다.

특별하고 소중한 나의 첫 페스토.... 취나물 페스토!

    오늘도 나의 소중하고 작은 실험실, 내 자취방의 부엌은 열기로 가득하다. 우당탕탕이 끊이질 않는 나의 실험들로 시끌벅쩍하고, 또 구수하고 맛있는 냄새가 폴폴 난다. 무엇보다 "어떻게 해야 맛있어지려나~" 하는 마음으로 신나게 요리를 하는 실험실의 주인인 나에게서 호기심과 행복함의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그리고 나는 얼마 전, 이곳에서 하나의 아주 특별한 발견을 했다! 바로, 아주 특별한 페스토, 취나물 페스토이다!


    맛있는 것은 좋아하지만 요리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시절, 양식집에 갈 때면 항상 바질페스토가 들어가 초록 빛깔을 띄는 요리를 주문했다. 야채라고 하면 나물 반찬이 더 익숙한 그때의 나에게 바질이라는 것은 항상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초록색의 소스가 그저 하얗거나 빨간 소스보다 뭔가 더 특별해 보였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 요리에 관심이 생긴 후 가지게 된 취미 중의 하나가 백화점 지하의 식품관을 구경하는 것이다. 백화점 식품관은 일반 마트보다 외국 식재료가 다양하다. 그중, 토마토소스와 크림소스 등 우리가 양식집을 가면 볼 수 있는 요리들을 위한 소스가 무척이나 많다. 나는 항상 그 코너 앞에서 떠나지를 못한다. 어쩜 항상 그리도 새롭고 흥미진진한지! 5년 전쯤이었을까, 마침내 나는 그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바질 페스토를 보게 되었다! 처음으로 바질 페스토를 사서 버섯과 양파를 볶아먹었을 때의 놀라움이란, 마치 방문을 열고 나가면 피사의 사탑이 멋지게 기울어 있는 이탈리아 거리가 펼쳐질 것만 같았다. 그 후, 페스토라는 것과 더 친해졌고 또 이 친구를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의 취미가 있는데, 바로 외국 유튜버들의 비건 레시피 영상을 보는 것이다. 내가 주로 보는 채널은 @Mina_Rome, @PickUpLimes 그리고 @AlexandraAndersson 등이다. 그런데 이런 외국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면 모두 비건 페스토를 직접 휘리릭! 쉽게 만드는 것이었다. 캐슈너트이나 잣, 바질 같은 원하는 잎채소, 다진 마늘, 그리고 올리브 오일을 믹서기에서 '윙~' 갈아주기만 하면 완성되는 것이었다. 그것을 처음 보고는 눈이 번뜩였지만, 나의 자취방에는 믹서기가 없었다. 또 페스토라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 아니며 호기심의 대상에 더 가까웠기에, 이것만을 위해서 믹서기를 사고 이 친구에게 안 그래도 비좁은 나의 방에 자리를 한 칸 내어줄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에게 페스토란, 참 궁금하지만 직접 만들어보지는 못한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였다. 


    이번 연도에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너무나 기쁘게도 수납공간이 2배로 많아졌기 때문에 나는 공간적으로도, 그리고 심적으로도 여유라는 것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마음속에서 잠자고 있던 믹서기 구매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전, 엄마의 생일 케이크에 들어갈 크림을 위해 덜컥 믹서기를 구매해 버린 것이다. 그렇게 나는 이제 페스토를 만들 준비가 끝나게 되었다!


    초록빛의 페스토라고 하면 보통 바질 페스토를 많이 떠올린다. 물론 나도 그랬다. 그래서 나의 첫 페스토로 바질 페스토를 만들까 생각도 하였지만, 당장 주변에서 신선한 바질을 많이 구할 수 있지도 않았고, 하루라도 나의 페스토 실험을 늦추고 싶지 않았다. 또 사실은 아주 특별한 나만의 페스토를 만들어보고픈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집에 어떤 재료가 있는지 생각하던 중, 나의 주방 하부장에서 잠자고 있는 건취나물이 떠올랐다. 그래, 너다! 나의 첫 페스토는 바로 취나물 페스토이다! 그렇게 나의 설렘 가득 페스토 여행이 시작되었다. 우선, 나의 첫 페스토인 건취나물 페스토의 레시피는 다음과 같았다. 처음인데 완벽히 성공하고 말았다!



내가 만든 첫 페스토. 취나물 페스토!

1. 건취나물 한 주먹 정도를 물에 3~4시간 정도 불린다. 

2. 물에 소금을 한 꼬집 넣고 팔팔 끓인 후, 건취나물을 약 20분간 데쳐준다. 

3. 물기를 뺀 데친 취나물 + 구운 캐슈너트 한 주먹 + 레몬즙 + 뉴트리셔널 이스트 한 스푼 + 다진 마늘 + 무첨가 두유 190ml + 코코넛 오일(혹은 올리브 오일) 두 스푼 + 소금과 후추 약간+ 레몬즙을 믹서기에서 윙~ 돌린다. 


    그러면 사진처럼 범상치 않은 초록빛의 꾸덕한 취나물 페스토가 완성된다. 사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일리한 묽은 페스토보다 많이 꾸덕한 나의 페스토는 페스토보다는 '디핑 소스'등에 가까웠지만 그냥 페스토라고 부르고 싶다. 그렇게 부를 것이다!




    내가 만든 페스토를 처음 맛보고는 감탄을 내뱉었다. 진실의 미간이 찌푸려지고 마음속에서 행복이들이 마구마구 날뛰었다! 캐슈너트의 과하지 않은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맛'에 취나물 향이 살짝 베여 환상의 조화를 이루었다. 또, 마늘과 레몬즙 그리고 후추 덕분인지 느끼하거나 물리지 않고 말 그대로 매혹적이었다. 나를 완전히 매료시켰지만, 그 속도가 빠르지 않았고, 천천히 조심스레 그리고 부드럽게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 만들어져서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두병 가까이를 채워서 냉장고에 딱 넣어놓으니 마음이 무척 든든해졌다. 이 두병으로 이리도 큰 행복을 느끼며 혼자 방긋 웃는 나 스스로가 참 재미있고 못 말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튼, 나는 이제 이것을 "무엇이랑 같이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날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취나물 페스토와 함께한 매일의 밥상


    

    그리고 나는 몇 번의 실험 끝에 최고의 조합을 찾았다. 바로, 감자구이의 짝꿍이 된 취나물 페스토이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감자에 이 초록빛의 페스토를 푹~ 찍어 한 입 먹으면 그야말로 박수갈채가 나온다. 그렇게 나는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거의 매 끼니를 이 페스토를 곁들인 감자구이와 함께했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만든 것이니까 뿌듯함의 점수가 들어가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아니다. 정말 자신 있게 말하는데, 이것은 굉장했다!


친구에게 취나물 페스토를 맛 보여준 날

    내일은 친구를 우리 집으로 초대했다. 친구에게도 이 놀라운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 오늘 또 만들었다. 친구에게 이 산뜻하고 고소하기까지 한 취나물 페스토를 맛 보여줄 생각에 너무나도 설렌다. 마음 같아서는 전국에 있는 나의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아 이 맛을 보여주고 싶을 지경이다. 얼른 나의 실험실을 모두를 초대할 수 있는 크기로 키워서 이 목표를 반드시 이루리라! 나의 친구들아, 기대해라구!







    오늘은 또 어떤 실험을 해볼까? 지금 나의 머릿속에는 가지각색의 신선한 채소 구름이 둥실둥실, 두유와 코코넛 물결이 부드럽게 찰랑인다. 이것들을 무엇으로 변신시켜 볼까 하는 행복한 생각을 한다. 그렇게 나의 작고 소중한 실험실은 곧 또 반짝반짝 불이 들어올 것이다. 

이전 02화 옹기종기 미색(米色) 삼총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