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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낯선 똥꼬향이 느껴진 거야

<달콤한 간택일지 2>

by 노란까치

"여보세요? 갑자기 영상통화야?"


순간 이상한 물체가 하나 포착되었다. 인형인가 싶기도 했는데, 남편이 급한 목소리로 이야길 했다.


"여보, 나 아기고양이랑 같이 있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걘 누군데? 어디서 데려오는데?"


"지금 출발하려고 하는데, 집 가서 이야기할게! 10분 정도 걸리고, 집 가자마자 샤워시킬 거니깐

고양이 샴푸 찾아주고, 이동장도 신발장 앞에 꺼내놔 줘"


단호하고 다급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어어.. 알았어" 일단 자초지종은 집에 와서 듣기로 하고

재빠르게 고양이샴푸도와 타월등을 준비했고, 이동장도 신발장 앞에 꺼내두었다.


십 분이 그렇게 긴 시간인지 몰랐다.

나는 오만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혹시 남편이 길 가다가 새끼고양이를 차에 친 거는 아닐까? 아니면 다친 고양이를 구조해 오는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가장 유력한 상황은 남편은 전국을 다니며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곳곳에서 길 고양이들을 많이 만나고 거래처 사장님들 회사에 고양이들이 새끼를 많이 낳는 경우가 있어서 그곳에서 데려왔는가 생각도 들었다.

잠깐의 영상통화라 아기고양이 실루엣만 확인했지 어떤 녀석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새끼고양이의 등장


그렇게 남편이 아기고양이를 품에 앉고 집으로 돌아왔다.

일단 신발장 앞에 있는 이동장 안에 새끼 고양이를

빠르게 넣었고, 부랴부랴 나에게 물과 츄르 같은 간식을 챙겨 달라고 했다.

일단 노란 치즈고양이였고, 울지도 않고 품에 가만히 안겨 들어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남편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묻기 시작했다.


남편은 직장동료들과 간단하게 회식을 하고 차로 돌아가는 길이었다고 한다.

차를 타려고 하는 길 목 맞은편에서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걸어오고 있었다고 한다.

남편은 평소에도 지나가는 길 고양이들 마다 인사를 하고, 아는 척을 하는 사람이라

그날도 어김없이 손을 뻗어 고양이게 인사를 했다고 한다.


"이리와바" 하고 불렀는데, 이 아기고양이가 넉살 좋게도 남편에게 가서 아는 척을 한 거 같다.

다리사이로 부비부비 하면서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고, 계속 남편을 따라왔다고 했다.

몇 분간 놀아주다가 주변을 살펴보았는데, 무리 지어 다니는 고양이 같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경계심이 없어 보였고, 애교가 많은 고양이라 계속 머리를 쓰담해 주었다고 한다.


그러다 이제는 가야 할 거 같아서 남편이 장난 삼아 "같이 갈래?"

하고 말을 했는데, 새끼 고양이가 계속 차 있는 곳으로 남편을 따라왔다고 한다.

남편은 순간적으로 고민을 했고, 고양이 상태를 보아하니 공장 주변을 다니고 있어서 그런지 여기저기

검은 기름때가 묻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눈 상태가 좀 좋지 않아 보여서 큰 고민 없이

차에 따라 거부반응이 없으면 데려간다 결정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리 와 차에 타자" 하고 문을 열었는데, 자연스럽게 남편 바짓가랑이를 잡았다고 한다.

남편은 바짓가랑이 잡은 아기고양이의 뒷목을 잡아 문을 닫고 무릎에 앉힌 후 나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큰 저항도 없고 그냥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고 한다.

이야길 듣자 하니 나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일단 나랑 아무 상의 없이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온 것에 대한 화가 좀 난 상태였고, 주변에 엄마 고양이나

다른 형제 고양이가 있을 수도 있는데 몇 시간 정도 관찰하지 않고 데려 온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즉흥적 결정에 머리가 아파왔다.


몇 달 전에 남편과 그런 이야길 한 적 은 있다.

꿀복이 동생을 하나 입양하는 게 어떤지 얘길 나눈 적은 있었다.

그때 내 의견은 꿀복이가 외동고양이로 생활하다 갑자기 동생이 생기면

스트레스받을 거 같다고 얘길 했다.


자신의 영역도 다 나눠 써야 하고, 혼자만 누리던 생활을 두 개로 나눠서 써야 하는데

적응하는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거 같다 얘길 한 적은 있었다.

추후에 생각해 보자고 하며 지나간 대화는 있었지만, 이런 예상치 못한 전개는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다.

화는 났지만 감정을 최대한 꾹꾹 눌러 담아 남편에게 말했다.


츄르맛을 보고 있는 새끼고양이


"여보, 나랑 상의도 없이 고양이를 그냥 무작정 데려오면 어떻게... 우리가 일단 보호했다가 새끼고양이 누군가 입양한다고 하면 거기에 보내는 쪽으로 하자"


하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말과는 달리 나도 모르게 작은 아기고양이가 신경이 쓰여서

물과 츄르를 넣어주면서 한번 쓱 만져보았다. 먼가 서글픈지 작은 목소리로 냥냥거리며 울기 시작하는데 츄르를 보자마자 허겁지겁 먹는 녀석이 귀여웠다.


순간, 꿀복이도 먼가 이상한 생명체가 온 걸 감지하고, 계속 이동장 주변에 와서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하울링도 시도해 보고 상당히 궁금해하는 거 같았다.

그래서 살짝 문을 열어서 얼굴을 보여줬더니, 꿀복이가 "하앍~" 하면서 하악질을 하는 게 아닌가!

꿀복이를 키우면서 꿀복이가 하악질 하는 걸 처음 봐서 신기했다.

하악질은 하면서도 꿀복이의 꼬리는 90도로 반가움을 표했고, 계속적으로 냄새를 맡아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한번 더 냄새를 맡으려 똥꼬 쪽으로 다가갔다.


인생 첫 목욕 중인 새끼고양이


아무래도 꿀복이랑 잠시 분리를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이동장 문을 닫아 버리고 재빨리 남편에게

샤워를 시킬 것을 이야기했다.

화장실 유리벽 너머로 꿀복이와 살펴보는데, 아기고양이는 두렵고 서러운지 울기 시작했다.

벽에 대고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거 같았다. 그래도 남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때 국물 떨어지는

아기고양이를 깨끗이 씻겼고 10월이긴 해도 날씨가 저녁엔 쌀쌀하기 때문에 감기라도 걸릴까 나는 대형수건을 찾아 대기하고 있었다.


모든 게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


다 씻기고 난 다음 아기고양이를 받아 품에 앉고 물기를 닦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전동드릴 소리가 계속 나기 시작했다. 전동소리 같은 큰 소리가 "드르르르릉" 하고 울렸는데

나는 고양이가 어디 아파서 우는 소리인지, 아니면 먼 문제가 있는지 하고 살펴보는데

전동드릴 같은 소리... 바로 골골 송이였다.


꿀복이도 종종 골골송을 내기도 하는데 상당히 미세한 소리고 작고 짧게 내서 그렇게 큰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온 몸통이 흔들릴 정도로 골골 소리를 내고 있으니 정말 많이 놀랬다.

골골거리는 고양이를 내 가슴에 꼭 끌어안고 천천히 물기를 닦아주기 시작했다.

새끼고양이는 눈을 감은채 계속 골골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우리 꿀복이는 아기고양이에게 와서는 그루밍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혹시 몰라서 한번 놔둬보니깐 꿀복이는 한번 더 "하악~" 거리며 하악질을 하더니 바로 아기고양이 똥꼬를 냄새를 맡은 뒤 똥꼬부터 핥아주기 시작했다.


장난감에 관심을 보이는 새끼고양이


그리고는 얼굴부터 시작해서 온몸을 그루밍해 주기 시작했다. 웃긴 건 아기고양이도 그 호사가 싫진 않은지 케어를 잘 받고 있었고 덕분에 빠르게 물기가 마르기 시작했다.


근데 순간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귀에 진득이나 다른 질병을 있으면 어떻게 하지? 꿀복이가 옳으면 안 되는데...'

어떻게든 분리를 시켜보려고 했으나, 이미 그들은 한 몸이 되어 붙어 있었고 꿀복이는 낯선 똥꼬향에 심취해서 한참을 핥고 또 핥아 주었다.


"여보, 이게 지금 합사인 건가?" 남편에게 물어봤다.

우리 둘 다 어이가 없었다.


그 합사 하는 시간도 10분이 안된 채, 두 번의 하앍질을 끝으로 경계 심 없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거 같았다.

근데, 더 신기한 건 아기고양이는 분명 우리 집이 처음인데 꿀복이가 먹는 물그릇 가서 물도 마시고

소파 위를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구경을 했고, 꿀복이 좋아하는 애착 스크래처로 가서 긁기 시작했다.

그런 고양이를 계속 꿀복이는 졸졸 따라다녔고, 몇 분 뒤에는 샤워 후 나른했는지 자리 잡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물고기 인형을 베개 삼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새끼고양이


조금 더 지켜봤는데, 아기 고양이가 낯선 환경에선 구석에 숨거나 계속 엄마를 찾느라 울거나 할 텐데

너무 평온하게 골골거리면서 잠을 자고 있었다.

아마 불안함 마음에 스스로 그 소리를 내며 안정감을 찾으려 하는 행동일진 몰라도, 집 곳곳 모든 물건들에 거부감도 없고, 숨어드려고 하지 않아서 생각보다 적응력이 빠른 친구 같아 보였다.


"여보, 맨날 꿀복이만 보다가 얘 보니깐 너무 째깐해, 째깐이라고 불러야겠어."


꿀복이는 째깐이를 돌봐줘야 하는 존재로 인지하는 듯 자고 있는 째깐이 얼굴을 핥아 주며, 옆에서 같이

잠을 자기 시작했다. 정확한 개월 수는 모르겠지만, 일단 째깐이가 먹는 사료는 있어야 할 거 같아서 다시 24시 무인 편의점으로 향했다. 키 든 용 사료를 구매를 하고, 간식도 몇 개 더 준비를 했다.

그리고 집에 가자마자 화장실도 좀 분리해주고 싶어서 예전에 다이소에서 샀던 화장실을 꺼내와서, 모래를 깔아주고 째깐이 전용 변기를 만들어 줬다.


근데 뭐든 고양이는 애 측이 다 빗나간다. 꿀복이가 굳이 작은 화장실로 들어가 소변을 보고 있었고,

째깐이가 커다란 화장실로 낑낑거리고 들어가서 소변을 보고 있었다.

어쨌든 너무 신기했다. 뭐든 간에 성묘건 새 기묘건 모래로 가서 볼일을 보는 본능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부분이 있으니 신기했다.

소변을 마치고 난 째깐이에게 꿀복이는 다가가서 또 열심히 똥꼬를 핥아주고 있었다.

째깐이는 꿀복이의 사냥 장난감을 발견하고는, 미친듯한 속도로 달려가 입으로 물기 시작했고,

남편이 사냥대로 놀아주니깐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다.


에너자이저 새끼고양이


그동안 꿀복이게 볼 수 없던 미친듯한 스피드와 동체시력을 발휘해 백발백중 모든 사냥을 클리어했다.

한참을 놀아주니 째깐이는 피곤했는지 또 꾸벅꾸벅 졸고 있길래 편한 곳에서 잘 수 있도록

우리도 불을 끄고 자러 들어갔다.

걱정되는 하루를 마치고 남편은 피곤했는지 바로 뻗어 잠이 들었다

새벽에 째깐이와 꿀복이가 걱정이 돼서 잠을 설치고 새벽 1시쯤 거실로 나가보았다.

꿀복이가 째깐이를 꼭 안아주면서 둘이 엉켜서 자고 있는 걸 발견한다.


"참나 누가 보면 네가 엄마인 줄 알겠다야, 오늘 둘이 처음 만났으면서 바로 같이 자는 거야?"


다행히 둘 다 스트레스는 받아하는 상황은 아닌 거 같아서 다음날이 돼서야 째깐이를 데리고 병원 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병원에 처음 가면 째깐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이름이 없는 상태라, 어떻게 하지 순간 고민을 했다.

그리고 꿀복이랑 동일한 치즈고양이 같은 종이라, 꿀돌림으로 해도 귀여울 거 같아 생각하다가

예전에 직장동료가 꿀복이 이름을 헷갈려서 잘못 불렀던 적이 있다.

"꿀밤아!~" 이렇게 불러서 웃었던 기억이 있는데 먼가 밤톨같이 생긴 이 녀석에 얼굴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 꿀밤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병원에 데려가 진료를 받았고, 이름은 꿀밤이라고 알려드리니 간호사분들이 이름 귀엽다고 웃으셨다. 간단한 검사를 진행했고 눈상태, 턱드름 치아 등 자세히 살펴봐 주셨다.

다행히 눈은 안약만 잘 넣어주면 된다고 하셨고 턱드름 관리할 수 있는 소독약을 주셨다.

그리고 심장사상충과 기간에 맞게 예방접종하면 될꺼같다고 하셨다.

가장 궁금한 점이 생후 얼마나 된 고양이인지 궁금해서 여쭤보니, 약 4개월 추정되는 고양이라고 하셨다.

병원을 다녀와서 오자마자 꿀밤이의 턱의 털을 밀어주었다 검은색 깨처럼 박혀있는 턱드름을 치료하기 위해서 이다.


턱드름난 상태


병원에서 처방받은 미스트 형태의 소독약을 뿌려주고 관리해 주었다.

그래도 꿀복이는 무언가 케어를 하려고 할 때 저항도 심하고 눈에 안약 넣는 것도, 발톱을 자르는 것도 너무 힘든 고양이였는데 꿀밤이는 저항도 안 하고, 안약도 손쉽게 넣을뿐더러 내친김에 발톱도 깎아보았는데 저항력이 1도 없었다.


'아기고양이 일 때 습관을 잘 들여놓으면 지속적으로 관리하기엔 편함이 있겠구나'


아뿔싸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꿀밤이는 그냥 내가 임시보호차원으로 잠깐만 데리고 있다가 다른

입양자가 있으면 보내주리라 다짐을 했는데 말이다.

또 이렇게 다른 느낌으로


"꿀 며드는 중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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