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틸다 하나씨 Sep 24. 2024

멀위랑 앵두랑



멀위랑 앵두랑


청산(靑山) 병풍 펼쳐진

언니네 마당에는

넓은 잎 낙엽 지는

멀위가 산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청산별곡 소문 다 났는데

짝꿍 다래 어디 두고

너만 홀로 왜 여기 있나

물었거든


첫사랑 다래는

저 먼 고려에서

나를 버리고 떠난 임


어디다 던지는 돌이련가

사랑할 이도

미워할 이도 없이

맞아서 울다가


가다가 가다가

발이 멈춘 곳


어여쁜 앵두보고

멍들었던 퍼런 가슴

어렴풋 스러지니

내 어찌하리잇고


새까만 알맹이 총총 달리는

시월이 오면

새 사랑이 시작되리


갈색 잎 바바리코트

넓은 옷깃 세우고

앵두 앞에 한 성큼


볼 빨간 앵두

초록잎으로 얼굴 가려

배시시 웃고 있다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멀위랑 앵두랑 언니집에 살어리랏다


—양주 별곡—



1) 멀위: 머루의 옛말

2) 스러지다: 나타난 형체가 차차 희미해지면서 없어지다



작자미상의 고려가요 청산별곡은 어쩌면 멀위의 노래였을는지도 모른다는 우스운 상상을 해 본 어느 밤에…





청산 두른 언니네 마당에 앉아 있으면

절로 나오던 청산별곡

멀리서도 눈을 감으면 흥얼거려지고.

그나저나 얄리 얄리 얄라셩은

어떤 악기의 소리였을까

소녀때부터 궁금합니다.


청산별곡(靑山別曲)

살어리 살어리랏다 쳥산(靑山)애 살어리랏다
멀위랑 ᄃᆞ래랑 먹고 쳥산(靑山)애 살어리랏다
얄리 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 우러라 새여
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리노라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던 새 가던 새 본다 믈아래 가던 새 본다
잉무든 장글란 가지고 믈아래 가던 새 본다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링공 뎌링공 ᄒᆞ야 나즈란 디내와손뎌
오리도 가리도 업슨 바므란 또 엇디 호리라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어듸라 더디던 돌코 누리라 마치던 돌코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살어리 살어리랏다 바ᄅᆞ래 살어리랏다
ᄂᆞᄆᆞ자기 구조개랑 먹고 바ᄅᆞ래 살어리랏다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다가 가다가 드로라 에졍지 가다가 드로라
사ᄉᆞ미 짐대에 올아셔 해금을 혀거를 드로라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다니 뵈브론 도긔 설진 강수를 비조라
조롱곳 누로기 뫼와 잡ᄉᆞ와니 내 엇디 ᄒᆞ리잇고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전 04화 秋夕의 무지개 달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