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밤 흐뭇한 밤 뽀얀 담배 연기
둥근 너의 얼굴 보이고
넘치는 술잔엔 너의 웃음이
정든 우리 헤어져도 다시 만날 그날까지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
지난날들 돌아보며 산 우리 얘기
넓은 너의 가슴 열리고
마주 쥔 두 손엔 살아있는 정이
내 나라 위해 떠나는 몸 뜨거움 피는 가슴에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
1982년을 생각하면 이 노래가 떠오른다.
우리 세대 친구들 군대 보내는 노래, 주제가.
‘입영 전야’
최백호 가수의 비장한 목소리와 오고 가는 막걸릿잔들.
1년 내내 친구들을 송별하느라 밤을 지새웠다.
밤새 술을 마시고 함께 아침을 맞은 뒤,
입영 열차까지 친구를 배웅했던 수많은 날.
매일 보던 우정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그때 우리는 모두 스물두 살이었다. 만으로 스물하나.
조기징집원을 낸 덕분에 대부분 상반기에 갔고
하반기에는 죽으라 위문편지를 써댔던 것 같다.
안과 밖을 연결해 주는 수단이 그것밖에 없었으니
거의 필사적으로 주고받았다.
3학년이었던 나는 녀석들이 부러웠다.
시작을 했으니 끝이 보이겠지.
어떤 놈은 시작도 못 하고 있는데.
가을에 있었던 학교 축제도 재미가 없었다.
같은 학년의 재학생 친구들은 남아 있지 않았고,
복학생 형들만 가득했다.
여학생들과 형들의 강권(?)으로
축제에 참여하긴 했으나
정작 난
심드렁했다.
경연에 나가 상도 받았는데 아무런 감흥이 없다…….
무슨 개그 꽁트 같은 소재로
함께 남아 있는 동기 하나와 나갔는데
대사를 다 까먹고 순전히 애드립으로 때웠다.
그것이 웃긴다고 교수님들이 뒤집어지고 난리였다.
3등이었나?
덕분에 학교 안에서 얼굴이 팔려서
불편해지기도 했다.
학교가 더 가기 싫어졌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지나친 고독으로 상심한 나머지
심한 우울감에 빠져 있었나 보다.
1등을 먹은 참가자의
기가 막힌 하모니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사이몬&가펑클 The sound of silence.
밤하늘을 수 놓은 절묘한 하모니.
잠시나마 우울한 마음을 위로해 주는
좋은 노래였다.
Hello, darkness my old friend
I've come to talk with you again,
Because a vision softly creeping,
I left the seeds while I was sleeping,
And the vision that was planted in my brain
Still remains with the sound of silence…….
1등 할만했다.
우리가 3등 한 건 미친 거고.
축제에 함께 참여했던 동기를 끝으로,
모두 떠나보낸 1982년이었다.
11월에 휴학계를 냈다.
나도 가야겠다.
1983년 이야기는 다음 3편에서 이어가야겠다.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