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책방 “향적고”

by 신화창조

어쩌다보니 책이 점점 늘어났다.


다른 사람들보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책 읽기를 좋아하고 늘 조금씩이라도 뭔가를 읽고 있어야

편안하지는 습성이 몸에 배다보니

어느새 책만 많아져 버린 것 같다.


그렇지.

수십 년 세월이 낳은 결과다.


수천 권을 놓고 고민하신 박완서 선생에 비해

난 겨우 수백 권이지만

좁은 주거 공간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양이기도 했다.

선생은 잘도 솎아내시던데 그게 난 좀 어렵다.

과감하지도 못하고, 정만 많아가지고... 안 된다...


큰 맘 먹고 솎아낸다고 해도

고작 잡지 종류만 조금 버리는 정도였다.


늘 마나님께 걱정을 들어야 하는 처지고

혹시 나 몰래 솎아냄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


무슨 조치를 취해야 했다.

내 사랑하는 책 친구들이 편안하게 계실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결국 결심을 했다.


허물없이 지내는 동서에게 부탁을 하자.

하나뿐인 처제 내외는 안동시 일직면에서 한옥을 짓고 산다.


“컨테이너 하나 사서 도서관을 만들 테니 땅 좀 빌려줘.”


동서는 감사하게도 선선히,

또 너그럽게 승낙을 해줬다.


“고마워! 동서!”


“도서관이 생기면 저도 좋은 데요 뭘.”


또 한바탕 일을 벌였다.


도서관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경비도 애초에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이 들었고.

평탄작업을 하고,

컨테이너가 들어오고,

책장을 맞추고,

전기 작업,

도배를 하고,

비품을 마련하고.......


가장 큰 문제는 책을 옮기고 정리하는 일이었다.

승용차로 옮기다보니 한번에 100권 정도가 한계였다.

서울에서 일직까지.

몇 번을 왕복을 했는지 모른다.


어쨋든 다 해냈다.

경비 절감을 위해 공사의 많은 부분을

직접 몸으로 때워준 동서 부부의 힘이 컸다. (감사합니다!)


책방은 멋지게 완성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초라할지 몰라도

내 눈에는 최고의 書庫였다.

書庫의 이름은 “香積庫”로 정했다.


내 것이니까 내가 직접.


향기를 쌓아놓은 곳집.


현판까지 걸고 나니 뿌듯했고 감회가 새로웠다.


어쨌든 큰 근심을 덜었다.

앞으로 꽃도 심고 예쁘게 유지할 일만 남았다.


만쉐이~~~

향적고.jpg 향적고

이 모두 3년 전, 2022년 이야기다.

이번에 의성, 안동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산불.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산도 타고 절도 탔다.


화마가 인근까지 덮쳐 왔지만

동서 부부의 노고에 힘입어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


향적고도 다 타버릴 뻔했다.

지난 몇일

얼마나 불안했던지....



나는 주위 사람들의 은덕으로 살아간다.


감사합.jpg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17화검은등뻐꾸기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