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책이 점점 늘어났다.
다른 사람들보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책 읽기를 좋아하고 늘 조금씩이라도 뭔가를 읽고 있어야
편안하지는 습성이 몸에 배다보니
어느새 책만 많아져 버린 것 같다.
그렇지.
수십 년 세월이 낳은 결과다.
수천 권을 놓고 고민하신 박완서 선생에 비해
난 겨우 수백 권이지만
좁은 주거 공간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양이기도 했다.
선생은 잘도 솎아내시던데 그게 난 좀 어렵다.
과감하지도 못하고, 정만 많아가지고... 안 된다...
큰 맘 먹고 솎아낸다고 해도
고작 잡지 종류만 조금 버리는 정도였다.
늘 마나님께 걱정을 들어야 하는 처지고
혹시 나 몰래 솎아냄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
무슨 조치를 취해야 했다.
내 사랑하는 책 친구들이 편안하게 계실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결국 결심을 했다.
허물없이 지내는 동서에게 부탁을 하자.
하나뿐인 처제 내외는 안동시 일직면에서 한옥을 짓고 산다.
“컨테이너 하나 사서 도서관을 만들 테니 땅 좀 빌려줘.”
동서는 감사하게도 선선히,
또 너그럽게 승낙을 해줬다.
“고마워! 동서!”
“도서관이 생기면 저도 좋은 데요 뭘.”
또 한바탕 일을 벌였다.
도서관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경비도 애초에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이 들었고.
평탄작업을 하고,
컨테이너가 들어오고,
책장을 맞추고,
전기 작업,
도배를 하고,
비품을 마련하고.......
가장 큰 문제는 책을 옮기고 정리하는 일이었다.
승용차로 옮기다보니 한번에 100권 정도가 한계였다.
서울에서 일직까지.
몇 번을 왕복을 했는지 모른다.
어쨋든 다 해냈다.
경비 절감을 위해 공사의 많은 부분을
직접 몸으로 때워준 동서 부부의 힘이 컸다. (감사합니다!)
책방은 멋지게 완성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초라할지 몰라도
내 눈에는 최고의 書庫였다.
書庫의 이름은 “香積庫”로 정했다.
내 것이니까 내가 직접.
향기를 쌓아놓은 곳집.
현판까지 걸고 나니 뿌듯했고 감회가 새로웠다.
어쨌든 큰 근심을 덜었다.
앞으로 꽃도 심고 예쁘게 유지할 일만 남았다.
만쉐이~~~
이 모두 3년 전, 2022년 이야기다.
이번에 의성, 안동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산불.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산도 타고 절도 탔다.
화마가 인근까지 덮쳐 왔지만
동서 부부의 노고에 힘입어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
향적고도 다 타버릴 뻔했다.
지난 몇일
얼마나 불안했던지....
나는 주위 사람들의 은덕으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