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다 꺼진
안동 지방을 다녀 왔습니다.
새카맣게 타버린 산천을 바라보니
한숨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메마른 땅은 잿더미로 덮여 있었습니다.
밑동까지 타버려 쓰러질 듯 서 있는 나무들은
소생할 기미가 없어 보였습니다.
결국은 쓰러지겠죠.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나야 숲이 돌아올까요.
아마, 많은 시간이 지나야겠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자연을 믿습니다.
인간이 더 이상의 시련을 주지 않는 한
자신의 힘으로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요.
마른 땅 위에 비가 내리고
이내
미생물, 지네, 지렁이가 차례로 돌아와서
토양을 기름지게 하고
그 위에
잡풀들이 자라고
민들레 홀씨가 내려앉고
고사리, 버섯들이 어우러지겠지요.
어느새
작은 나무들이 싹을 틔우고
또 시간이 흘러 장대 나무로 자라겠지요.
비록 우리 시대에 예전 같은 밀림은
다시 볼 수 없더라도
우리 아이의 아이가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자연에 해를 끼치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절망의 잿더미 위에서도
희망의 꽃은 피어납니다.
내년 이맘때는 안동의 들판에
하얀 민들레꽃 가득하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