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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을 믿어요 -

by 신화창조


불이 다 꺼진

안동 지방을 다녀 왔습니다.


새카맣게 타버린 산천을 바라보니

한숨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메마른 땅은 잿더미로 덮여 있었습니다.


밑동까지 타버려 쓰러질 듯 서 있는 나무들은

소생할 기미가 없어 보였습니다.

결국은 쓰러지겠죠.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나야 숲이 돌아올까요.

아마, 많은 시간이 지나야겠지요.



절망위꽃.jpg


그렇지만,

우리는 자연을 믿습니다.


인간이 더 이상의 시련을 주지 않는 한

자신의 힘으로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요.


마른 땅 위에 비가 내리고


이내


미생물, 지네, 지렁이가 차례로 돌아와서

토양을 기름지게 하고


그 위에


잡풀들이 자라고

민들레 홀씨가 내려앉고

고사리, 버섯들이 어우러지겠지요.


어느새


작은 나무들이 싹을 틔우고

또 시간이 흘러 장대 나무로 자라겠지요.


비록 우리 시대에 예전 같은 밀림은

다시 볼 수 없더라도

우리 아이의 아이가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자연에 해를 끼치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절망의 잿더미 위에서도

희망의 꽃은 피어납니다.


내년 이맘때는 안동의 들판에

하얀 민들레꽃 가득하기를 기원해 봅니다.

하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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