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겨울 이야기
여러분은 빼치카를 아시나요?
정확한 기원은 분분하지만,
6.25 전쟁이 끝나고
각 부대가 제자리를 잡은 1958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 군대의 겨울을 지켜준
벽난로가 있었습니다.
원래 빼치카라는 말은
엄청나게 추운 러시아에서 나왔대요.
러시아식 벽난로를 말하는 거예요.
아궁이에 오븐이나 이런 것을 집어넣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거래요.
우리가 사용하던 빼치카와는 좀 다르지요.
우리 빼치카는 말이죠.
내무반 외부와 연결된 커다란 벽난로를 말하는데
밖에서 불을 때서 안 쪽을 데우는 구조입니다.
어떻게 생겼나 짐작이 가나요?
내무반 외부에서 분탄가루와 진흙을 물을 섞고 짓이겨
불씨 위에 예쁘게 올려놓으면
서서히 타올라 내무반을 덥히는 구조입니다.
춥고 배고픈 시절,
이 빼치카라는 신통한 물건이 우리 병사들의
가장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주었지요.
저는 1983년부터 1985년까지 강원도에서
이 빼치카와 사랑에 빠졌던 옛 병사입니다.
부대마다 운용 방식은 다르겠지만
보통 숙련도를 감안해 빼치카 당번병을 임명하고
한겨울 내내 담당하게 하지요.
한 달쯤 지나면 불 때우는
기술이 귀신급으로 성장하게 되어요.
그러나 제가 소속한 대대본부반은
전 내무반원이 행정병이었던 관계로
1주일씩 돌아가며
빼당(빼치카 당번병)을 맡게 되었지요.
(한 명을 말뚝으로 임명하면
해당 참모부 간부가 생난리를 치죠.)
그래서 숙련도는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거의 전 내무반이 빼당을 경험하게 되었고
이 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대 후에 신나게
썰을 풀 수 있게 되었지요.
저는 세 번 정도 경험했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몇 회에 걸쳐서
이야기를 풀어 놓을 생각입니다.
에피소드가 많아요.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강원도 산속에서 빼치카를 끌어안고
웃고 울었던 추억.
경험하신 분은 함께 추억에 젖어 주시고요,
경험이 없는 분은........
맘대로 하세요.
아주 자세히 말씀드릴 테니까
이해해 봐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