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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 1983년(9)

에필로그

by 신화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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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시간이 되었다.

사실 40년도 넘은 오래된 이야기지만

그 시절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아리다.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던 순간이었지만

미완으로 끝나버린 아픈 기억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아마 죽는 날까지 홀로 가지고 가야 할

숙명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따듯한 듯,

뜨거운 이야기는 84년이 접어들어

얼마 되지 않아 종지부가 찍혔다.


그 아이에게서 온 마지막 편지.




To My Love


그리움이 이렇게 강하게 밀려올 수가 없다. 울고 싶을 만큼 보고 싶다. 멀리 있다는 게 뭘 말하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고 보고 싶어도 목소리 한번 들을 수 없는 이 안타까움이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내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가. 그러면서도 자신의 자존심이 깨어질까 봐 감히 좋아한다고 말 한마디 전해주지 못했던 내 소중한 사람, 내게 가장 의미가 있는 사람.


(중략)


My Love

우리의 그리움과 사랑이 열매를 맺으려면 우리는 상대방을 위해서 한 걸음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하고 때론 자존심도 꺾을 줄 아는 아량도 있어야 하는 거다.

-안녕-


(그곳 부대까지 헤매지 않고 잘 갈 수 있도록 아는 대로 잘 자세하게 적어 보내줘. 낯선 고장에선 누구나 어색하기 마련이니까 내가 아무리 강심장으로 나서는 길이라도 말이야. 좀 무섭다.)




면회는 오지 않았고

더 이상의 편지도, 연락도 없었다. 영원히.


다섯 통의 편지를 남겨놓고 사라졌다.

이등병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탈영을 하지 않는 한, 무엇을 하랴.


휴가 때 백방으로 찾아보았으나 허사였다.

어떤 암시도 없이 그렇게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40년이 흘렀다.

이것도 운명이리라.


하지만 여전히 아프다.


神이 미리 설계해 놓은 숙명 같은 이야기.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안타깝고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내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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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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