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제 시작이다.
올 여름은 얼마나 더울려나.
지금부터 두 달 반.
한 여름 무더위를 견디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를 손꼽을 수 있겠지만
땀 흘려 떨어지는 기력을 보충해주는
음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삼. 계. 탕.
소화 기능이 썩 훌륭하지 않은 아내는
금기 음식이 많아서 처음 만날 때부터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는데
신기하게도 삼계탕만큼은 한 그릇 뚝딱,
싹 잘도 비워낸다.
연애할 때는 내숭떠느라
일부러 밥을 저렇게 먹나 생각할 정도로
굉장히 조금 먹었다.
그런데 그 음식만큼은 나보다도 더 잘 먹었다.
체를 하는 등 뒤탈도 없고.
대체로 닭요리는 대부분 좋아하지만
아내의 삼계탕 사랑은 아주 특별하다.
잔뜩 화가 나있다가도
삼계탕 먹으러 가자고 하면
군소리 없이 벌떡 일어난다.
난 닭요리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삼계탕 귀신과 살다보니
‘이거 맛있네!’하게 되었다.
蔘鷄湯은 어린 닭에다
찹쌀, 인삼, 대추, 밤, 황기 등 한약재를 넣고
푹 고아서 만든 닭 요리다.
蔘鷄湯이니까 인삼은 당연히 들어가고,
인삼이 없으면 삼계탕이 아니라 백숙이 된다.
특별히 자극적이지도 않으면서도
은근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 장점이고
먹고 땀을 한바가지 흘리면 배가 불러도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어 좋다.
여름철이 되면
복날 세 번을 포함해서 대여섯 번은 먹게 되는
우리의 최애 음식이다.
바야흐로 삼계탕 시즌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