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여름인가.
살짝 더운 느낌이 드는 날씨다.
하긴 며칠만 지나면 하지가 될 터이니
바야흐로 지금이 초여름이라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니다.
이렇게 더운 날, 열심히 외부 활동을 하다가
저녁 때 마시는 차가운 생맥주 한잔.
목젖 너머, 코끝으로, 머리카락으로 전해지는
청. 량. 감. 淸. 凉. 感.
술을 멀리 한지도 벌써 여러 달이 지났지만
어떤 계기만 있을라치면 술 생각이 간절하니
이 징그러운 미련이란 놈을 어찌할까.
오늘은 술에 대해서 근거도 없으며
편견으로 가득 찬, 물론 말도 안 되는,
내 생각을 말해 보려고 한다.
술을 멀리하기로 한 옛 술꾼의 헛소리 정도로 여기시고
심하게 따지시거나 나무라지는 말아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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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람은 평생 마실 술의 양을
조물주로부터 부여받고 태어난다.
총량을 다 마시면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걸로 약속하고 말이다.
어떤 사람은 초반에 홀랑 다 마셔버리고 일찍 돌아가고
어떤 사람은 조금씩 나눠마셔서 장수를 누린다.
이만큼 살다보니 술로 인해
일찌감치 돌아간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그 사람들도 이 사실을 진즉에 알았더라면
좀 천천히 돌아갈 수 있었지 않을까.
그럼 나는?
아마, 그 총량을
거의
마셔버리지 않았나 싶다.
지금, 젊은 날처럼 마시다간 저 세상에서
날 잡으러 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
아깝지만 어떻게 하겠어.
살기 위해서 그만 마셔야지.
덥다.
오늘 같은 날, 술 생각이 간절한 날.
마시지는 않고 생각만 하는 것은 괜찮겠지?
그래서 술에 대한 좋은 기억 몇 가지,
술 마실 자격을 잃은
자신을 위로하기위해 공연히 글로 새겨본다.
우선 무더운 한 여름 석양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가운 생맥주 한잔.
대학교 때 김치 한 조각 놓고
마시던 막걸리 한잔.
좋은 동료와 저녁마다 회사를 걱정하며
마시던 삼겹살에 찬 소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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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술 마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