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안경잡이였다.
당시엔 뿔테에 유리알 안경뿐이었다.
안경을 쓴다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살면서 얼마나 불편할 건지,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생각 없이 썼다.
사남매 중에서 유독 나와 여동생만 근시여서 안경을 써야 했다.
그렇게 생각 없이 쓴 안경을 51년째 쓰고 있다.
이 정도면 안경은 좋든 싫든 존중해야하고 존중 받아야 할 내 몸의 일부라 할 수 있겠다.
오늘은 안경에 얽힌 에피소드 몇 가지 장면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장면 1)
청소년 시절, 그렇게 소질이 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운동을 엄청 좋아했다.
특히 야구, 축구는 거의 밥보다 좋아했다. 얼마나 불편했겠는가.
그 시절은 광학의 원시시대, 요즘처럼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 압축 렌즈는 없었고 유리알 렌즈밖에 없었다.
안경잡이는 운동 할 때 큰 부상을 감수해야 한다.
또 어지간해서 잘 끼워주지도 않으려들 하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래서 억지로 비비고 들어가 타협하려면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포지션을 담당해야만 했다. 야구에서는 포수, 축구에서는 골키퍼를 맡아야 했다.
안경 아니더라도 부상 위험이 높은 포지션이었다.
심지어 권투도 좋아했다.......
아마도 깨먹은 안경만 해도 수십 개는 될 것이다. 크게 안 다친 게 천만다행이다.
(장면 2)
우리는 베이붐 세대, 입대 희망 병력이 차고 넘치던 시절. 아차하면 방위병으로 갈판이었다.
겨우 겨우 군대에 갈 수 있었다.
군대 가서도 공수부대나 기갑 등 특수 병과는 꿈도 못 꿨다.
“메가네, 열외!”
(장면 3)
대학 졸업 후 첫 면접.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고 당당히 필기시험 합격.
면접 전에 그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지인이 중요한 정보를 알려줬다. 그 회사 사주는 안경잡이를 절대 뽑지 않으니 힘들더라도 안경을 벗고 면접장에 들어가란다.
“무슨 이런 얼토당토않은 편견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당히 안경을 쓰고 들어갔다.
안경은 내 몸의 일부니까. 안경 벗은 나는 내가 아니다.
그런데 정말 안경을 턱 쓰고 있는 내게는 한 마디의 질문도 해주지 않았다.
안경 안 쓴 다른 녀석들에게는 질문을 쏟으면서 나에게만.......
그래도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 따위 편견으로 그 회사는 큰 인재를 못 알아봤다.
그런 회사의 미래는 뻔하다 생각하며 기분 좋게 나왔다.
첫 낙방.
후일, 나는 업계를 움직이는 몇 안 되는 사람이 되었다.
(기타)
안경잡이의 고충은 그 외에도 무척 많다. 장마철, 겨울철 대중교통 이용할 때, 대중목욕탕 이용할 때 등등 셀 수 없이 많다. 습기로 뿌옇게 변한 세상을 답답하게 바라본 경험, 안경잡이가 아니면 정말 모른다.
(결론)
사랑하는 청소년 여러분, 눈 관리 잘하셔서 웬만하면 안경 안 쓰는 게 좋습니다. 얼마나 불편하게요.
어쩔 수 없다면, 안경을 내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적응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안경을 내 몸처럼 사랑하세요.
** 흑~~, 이번 명절 휴가 중에 안경 하나 망가트려 내일 안경점 다녀와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