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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나 sseona Nov 15. 2023

요즘, 육아 중입니다.

육아 중에 한 메모들 단편선.

나의 하루 - 오전


 새벽에 아직 어린 둘째 아가의 수유로 집안일은 시작된다. 까마득히 졸면서 아이를 먹이고 트림시키고 또 잠시놀아준 뒤 시계를 보니 오전 8시가 벌써 다 되어간다. 이제 첫째 아이 등원준비를 해야 한다. 그 사이 남편도 출근준비를 한다. 이 사이에 둘째가 자주면 좋으련만, 많은 확률로 아이는 눈이 말똥 하다. 잠시 바운서에 눕힌 뒤 아침을 간단히 챙겨 첫째를 먹이며 옷과 머리 매무새를 만져준다. 한 발은 둘째 바운서를 흔들면서.. 날이 꽤 차가워졌는데도 땀이 한 바가지 흐르는 오전 아침이다. 그렇게 정신없는 아침이 지나면 드디어 어린 둘째와 조용한 집안에 단둘이 있게 된다. 분명 어제도 청소한 것 같은데 집안은 마치 폭풍이 휩쓸려 지나간 듯 엉망진창이다. ‘애에엥’ 품에 안겨있는 둘째가 드디어 졸린다는 듯 신호를 보낸다. 아이를 토닥혀 재운뒤,

드디어 나만의 아침은 시작된다.

.


가을산책


 가을볕이 좋아서 아까 낮에 집 앞공원에 산책을 다녀왔다. 어느새 가을빛으로 가득 찬 공원에서 아가에게

‘이건나무야’ ,‘강아지가 귀엽네’라며 혼잣말을 하는 내가 좀 귀여웠다.


 아가는 이리저리 똥그랗게 눈을 뜨고는 주변을 관찰했다. 내심 곤히 자주길 바랬는데.. 먼저 지쳐버린 건 엄마인 나였다. 아기띠를 하고 간 게 조금 후회되었다. 그래도 한 손에 야무지게 커피도 보냉병에 들고 가서 중간중간 마시고 가을낙엽도 밟아보고 신선한 공기도 아가와 함께 맡고 오니 어쩐지 뿌듯하고 좋았다.

너에게 넓은 세상을 오늘 한 뼘 더 보여준 것 같아서 처음 해본 단둘이 한 시간여의 산책은 제법 맘에 들었다.

  147일째 육아가 오늘도 가을과 함께 무르익고 있다.



 자장가


 아이를 재울 때 자장가를 불러준다. ‘잘 자라 우리 아가~엄마가 섬그늘에 ~아주 먼 옛날~ 너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 나름 셋 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자장가! CCM노래에 아이이름을 넣어 불러주면 ‘쀼~앵’ 잠덧을 하다가도 고개를 휙돌려 가만히 듣고 있는 아가를 보면 이 순간만큼은 아이유 뺨치는 어여쁜 목소리로 아이를 위한 단독콘서트를 펼치곤 한다.


아주 먼 옛날 하늘에서는 햇살이 향한 계획 있었죠 하나님께서 바라보시곤 좋았더라고 말씀하셨네,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귀하게 나의 손으로 널 창조하였노라 내가 너로 인하여 기뻐하노라 내가 너를 사랑하노라

가사가 이쁘고 내 마음에도 이쁜 말을 해주는 것 같아서 이 시간이 너무 귀하고 귀하다.

아가야, 오늘도 잘 자렴.



가을의 끝자락


 창문이 덜컹덜컹. 가을이 희미해지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아가는 오늘따라 밤잠을 못 이루며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엄마의 팔을 쓰다듬다 이내 가슴팍에 부빗거리며 잠을 청한다.

엊그제만 해도 따스했던 가을바람이, 나무에 가득했던 낙엽들이, 듬성듬성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이 남아 이리저리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가을은 야속하게도 너무 빨리 지나간다.

 울긋불긋 노란 나뭇잎들과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며 조금만 더 아가와 산책하고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이 한가득이다. 그래도 찬바람이 불면 또 그만한 운치가 기다리고 있겠지. 너와 처음 맞을 차가운 바람과 계절이 싫으면서도, 또 어쩐지 기대되는 가을의 끝자락.

빗바람이 거센 어느 밤이다.



자라나고 있어요


 행복은 아이의 잠드는 시간에 비례한다.

엄마, 나는 자라나고 있어요.

라는 책제목처럼 아이는 성장하는 중인가 보다.

잠들기 전 요즘 습득한 뒤집기를 열댓 번을 하고, 자장가를 수십 번 들은 뒤에 겨우 잠든 아이.

힘들고 긴긴밤이다.

하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의 잠드는 모습을 보니엄마인 나는 또 미소가 저절로 떠오른다. 쪽쪽이를 뱉고 입을 헤~ 하고 벌리고 자는 아이의 무해한 모습.

평화롭고 고요한 밤이다. 엄마인 나도 아직 자라나고 있는 날들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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