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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나 sseona Nov 24. 2023

계절의 글쓰기

사계절 그 틈과 사이에서

봄과 에세이


날씨가 봄볕이다.

애플워치를 보니 날씨는 영상 6도.

곧 새싹은 움트고, 꽃들도 하나둘 피어날 것이다

외투의 목덜미에 위치한 퍼가 조금 무더운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이 따뜻한 봄볕이 아쉬워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때 마침 정기구독 중인 책어플을

켰다.

 ‘ 이런 날엔 에세이지’


언젠가부터 복잡한 글은 읽기 싫고 마음이 편해지는

에세이가 좋아졌다.

눈에 띄는 추천사를 가진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 친구를 만나고 오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곤 했다는 이슬아 작가의 추천사.


 나도 오늘은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책을 전자책으로 다운로드하여 보게 되었다 제법 통통 튀는 표지

양다솔 작가의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이라는

에세이 책이었다.


나는 그날 마시고 싶은 차를 고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중에서


도입부에서 당찬 그녀의 퇴사 일지를 보던 중에

차를 고르는 마음의 문장이라는 글을 보고 ‘자신만의 취향이 있는 사람.’ 이것 만으로도 이 작가는 글의 소재가 풍부하겠다는 걸 엿볼 수 있었다. 나도 이런 취향을 가진 사람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름과 우울


한동안 무작정 티브이만 봤다.

소진된 언어들을 꾸겨넣듯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멍 하게 앉아 시간 때우기용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웹툰과 만화를 보며 새벽을 지새우기도 했다.

그렇고 그런 날들이 흘러가고

비로소, 여름이 되었다


더 이상 먼저 사람들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모르는 번호도 받지 않았다. 그저 습관 같은 안부를 묻는 일도 먼저 약속을 잡는 일도 그만두었다.


우울함인가 싶기도 하고 게으름 같기도 했다.


그 사이사이 아이와 투닥거리며 밀린 집안일을 하며 바쁜 남편을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혼술도 했다.


아이를 재우며 짜증을 부리던 아이의 주먹을

쾅 입술에 맞은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꿈틀 하는 무엇인가 터지려 했다.


조금 울고 싶었지만 나의 어리고 미숙한 아이에게

훈육을 하고, 아이를 달래고 재우느라 일단 감정을

꺼내진 않았다.


아이를 재우고 혼자 고요한 밤

다시 음악을 듣고, 고요하게 글을 읽고 싶었다.


그리고 터져나갈 것 같은 마음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희석시켰다.

길고 우울했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가을, 글쓰는 나날


떨어져 있은 가을을 밟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 본다.

 요즘 듣고 있는 책 관련 수업에서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글을 10분 내에 써보기로 했다. 아래는 그때 써본 짧은 산문이다.

 



달을 든 남자



한 남자가 산책을 하다 바닷가 산책을

하고 있는 쓸쓸한 풍경의 여자를 보았다.


마침 달을 가지고 있던 남자는

이 달을 저 바다에 보내주어 조금은 덜 쓸쓸하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기시감이 들었다

저 여자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리고 한참을 바닷가의 여자를 지켜본 뒤

발길을 돌렸다.


집에 다 왔을 무렵 문득 집안 한편에 걸어져 있는

액자에 그림이 아까 본 그 바닷가의 여자가

담아져 있었다.


그리고 기억해 냈다. 그 여자는 바로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아내였고, 본인은 지금 알츠하이머에

걸려 이따금씩 기억을 잊는다는 사실을.



겨울, 매일 산책하는 마음



한두 달 무척 게으르고 낮밤이 바뀐 생활을

하곤 했다.

다시, 나의 속도를 찾기 위해 무작정 집 근처 공원과 산과 숲을 정기적으로 산책하기 시작했다.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변하고
사람들이 바뀌어도

늘 그 자리에 있어준 숲은

내 마음에도 든든한 나무가 되어주었다


가령, 가지 끝의 잎사귀가 하늘을 가릴 때

그 틈사이로 보이는 하늘이라던지


눈이 쨍할 정도로 형형색색의 빛깔을 뽐내는 이름 모를 들풀이라던지


계절에 어울리지 않은 이미 겨울로 향해가고 있는 이 계절의 정거장에서 지난가을 작은 밤톨 같은 것들이 남아있는 게 너무 귀엽고 나도 모르게 웃음 짓게 만들어 주었다.


어느새 나는 자연에 치유받고 있었고

스스로 자연을 보면서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있었던 같다.


추운 계절이 지나 따뜻한 봄이 되듯이


어두웠던 나의 마음에도 따뜻한 볕이 되어준 겨울 녘 산책은 어느새 작은 습관이 되었다. 이 겨울의 초입에서 다시 감사할수있는 마음을 들게해주었다.


이제, 힘을 내서 연말을 잘 보내고 한 해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 글들은 21-23년 사이 메모장에 적어놓았던 글 중 선별하여 묶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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