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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나 sseona Nov 29. 2023

음식에 담겨있는 마음

여러 맛이 뒤엉킨 마음들

마음을 녹여주는 음식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이 추운 날씨에 외출을 했다.


몸도 마음도 너무 추워서 집에 오자 보일러를 올리고

따끈한 굴떡국을 끓였다.


식구들과 나눠먹으니 그제야 따뜻함이

올라왔다. 남편과 아이는 방바닥이 절절 끓는다면서

우리 집이 찜질방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 녹은 것 같았다.


제철 새우찌개


달큼하고 칼칼한 제철 새우찌개를 만들었다.

엄마의 손맛이 생각났다.

 어릴 때부터 나의 음식의 기준은 우리 엄마의 손맛이었다. 정성 어린 엄마의 요리를 먹고 자란 탓에 나는 제법 간을 잘 볼 수 있는 재주가 생겼고, 맏이답게 요리도 곧잘 해서 동생들과 나눠먹기도하고 엄마에게 휴식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어느새 엄마가 되었다.


매일 나의 엄마가 그러했듯이 요리를 해서 식구들을 먹이고 살찌 운다.

오늘 저녁에는 제철새우로 만든 새우찌개를 요리해 먹었다. 칼칼한 국물과 달큼한 호박과 어우러진 찌개를 만들어 이제 제법 자란 첫째 아이와 함께 먹었다.

“엄마 진~~~ 짜 맛있다”


새우를 까는 속도가 무섭게 덥석덥석 아기새처럼 잘 받아먹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이 맛에 요리하는구나.’

새우를 까면서 손이 조금 아렸지만 마음만은 푸근하고 뜨끈했다. 나는 아직 새우 한 개를 먹어보지도 못했지만 배부른 기분이 들었다



밸런스의 중요성


음식을 만들면서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은 꼭 맛을 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김치가 들어간 음식이 약간 시큼하다면

설탕을 듬뿍 넣어주면 맛이 잡힌다.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 친정엄마에게 어깨너머 배운 작은 비법이다.


반대로 달달함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소금 한 꼬집을 넣어주는 게 포인트다. 예전 요리프로에서 유명요리사의 비밀포인트라고 슬쩍 알려주었던 방법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도,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낼지도 모르는 요리의 세계는 무궁무진한것 같다. 서로 다른 것 같으면서도 서로를 보완해 주는 맛의 세계는 늘 놀랍다.



어느 아침의 맛


아이를 등원시키고 난 뒤 외출을 하는 버스 안에서

어느 영화의 ost 같은 음악이 울려 퍼진다.


마음의 여유와

파아란 구름 한 조각과

동동 떠다니는 내 마음까지 삼박자가 꼭 맞는 것 같은

오늘 이 아침.


짧은 여유 시간이지만

오늘은 나를위해 서점에도 가서

책도 골라보고

가을 향이 느껴지는 고소한 카푸치노도

먹어봐야지.


점심은 맛집에서 테이크 아웃해서

여유롭게 맛있게 먹어야 겠다.


그리고 비워진 마음을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면 또 그 마음을

아이에게 가족에게 따뜻하게 나눠줄 수 있을 것 같다.


비움의 반대말은 채움


알고 있었음에도 때때로 우리는, 나는 곧잘 망각한다.

그리고 마음을 심히 괴롭게 한다.

그 찰나의 순간에는 왜 떠오르지 않을 걸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그러다 지금은 그저 나아가는 버스에 몸을 맡기고

우연히 흘러나오는 음악에 기분을 맡겼다.


한결 가벼운 마음과 따뜻한 행운이 맛난 음식들과 함께 오늘 나를 어쩐지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기분 좋은 아침의 맛이 날 들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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