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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홀 - 버킷리스트

이루려면 건강해야 한다.

by 뭐 어때

해마다 새해가 밝으면 하고 싶은 일들을 다이어리에 꼼꼼히 적는다. 해야 할 일이 빼곡하게 더 많기는 하다.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을 적으면서 해야 하는 것에는 '의지'를, 하고 싶은 것들에는 '소망'을 담는다.

작가소개에도 있지만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은 사람이다. 그게 욕심일 수도 있고 열정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이런저런 형태의 욕구가 많은 사람이다. 버킷리스트를 이룬다는 것은 대전제가 건강이다.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단 건강이 허락되어야 한다. 그래서 작성한다. 늘 건강할 거라는 믿음을 확고히 하려고.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야 나를 관리하는데 더욱 집중한다. 오래 살고 싶어 지게 만드는 강력한 힘은 하고 싶은 것들이다.


그중에 골프 관련 버킷리스트를 딱 세 가지로 추려봤다.

남의 버킷리스트 뭐가 그리 관심 있을까 싶어 짧게, 그리고 예쁜 사진도 넣어서 정리해 봤다. 그래봐야 골프장 사진이지만 초록은 눈을 편안하게 해 줄 것이다.


1. 홀인원

골프 좀 친다는 사람들은 누구나 꿈꿀 만한 버킷리스트다. 동반자 홀인원은 두 번이나 봤지만 난 아직이다.

복권도 자주 사는 사람의 당첨 확률이 높은 것처럼 많이 다니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못해본 사람들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남이 되는 거 내가 못할 이유는 또 뭔가.

홀인원은 어느 정도 운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잘 치는 사람들이 확률적으로 높긴 하지겠지만 내가 목격하고 들은 홀인원의 절반이상이 초보자들이었다. 나와 함께한 동반자는 홀인원 하고 109개의 스코어를 기록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라운드 세 번째 만에 도로맞고 튀어서 그린에 올라가 홀컵으로 들어갔다는 사람도 있었다. 운이 붙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홀인원 하면 몇 년 동안 운수대통이라는 말을 하나보다.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 운수대통!!!

홀인원을 하면 동반자들의 축하에 감사인사를 하는 비용부터 기념품 제작까지 하게되면 지출이 상당하다. 그래서 요즘은 홀인원 보험을 들어놓는 사람들도 많다. 회사 단체 워크숍으로 떠난 골프여행에서 주책없이 홀인원을 해서 직원 전체 수건 돌리느라 수백만 원 썼다는 얘기부터 기념 공제작, 기념 라운드비용 등 축하받는 만큼 부담이 커지기도 해서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

부담되는 것은 홀인원 하고 난 이후 고민해 보고 일단 한 번은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다.



2. 우리나라 골프장 도장 깨기

이런 얘기하면 철딱서니 없는 소리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어이없어 웃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그냥 웃어주시길. 신랑이 가장 크게 웃을 것 같다. 웃지 마시라. 같이 다닐 것이니까.

우리나라에 골프장이 몇 개나 있을까? 찾아보니 우리나라 골프장 수는 2023년 1월 기준 총 543개이며, 이중 회원제 골프장이 157개, 비회원제 골프장은 386개란다. 이 중에 몇 군데나 가봤을까 생각해 봤는데 접근성이 좋은 곳이나 늘 가던 곳을 가다 보니 라운드 횟수는 많아도 골프장은 전체의 20프로도 채 못 가본 것 같다.

분발해야겠다.(웃음코드로 썼는데 진지하게 욕먹을까 살짝 걱정된다.)

우리나라 지도를 크게 확대해서 골프장 리스트를 만들어놓고 다녀온 곳에 색연필로 표시를 해가며 모든 곳을 돌아보고 싶다.

그 지도에 있는 골프장이 모두 칠해져서 알록달록해지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애들 어릴 때 책 읽으면 다 읽은 책에 스티커를 붙여주고 전체 다 붙이면 선물 주면서 엄청 뿌듯했었는데. 약간 다른 맥락인가? 아무튼 쉽지 않은 계획이라는 건 알지만 도전 못해볼 건 또 무엇인가. 아이들 다 키우고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전국팔도를 구석구석 돌면서 공도치고 맛집도 다니면서 살고 싶다. 그저 꿈꾸며 행복한 상상 속에 살아간다.



3. 골프 치며 한 달 해외살기

이건 셋 중에 그나마 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살짝 기대를 해본다. 지금이야 돌봐야 하는 아이들이 있으니 어렵겠지만 아이들이 모두 독립을 하고 우리 부부만 챙기며 살게 될 때 꼭 한번 해보고 싶다.

어느 지역이 좋을까?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 동남아시아 쪽 시골마을에 한 달짜리 방을 얻고 작은 차를 렌트해서 이곳저곳 다녀보는 거다. 골프도 치고 현지에서 맛집도 찾아다니면서 근심걱정 하나 없이 그저 여유와 행복만 데리고 다니면서 살아보고 싶다.





어려워 보이면서 할 수 있을 것 같고 할 수 있을 듯 하지만 그저 소원에 그칠 수도 있는 일이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미 달성되었다. 기록하고 염원하고 상상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것이 이루어지고 아니고는 추후의 문제이고 지금의 상상으로 행복하다.

언젠가는 저런 날이 나에게도 오겠지 하면서 잠깐 그때의 미래로 다녀오기도 한다. 이루지 못한다 해도 실망하지 않을 준비만 되어 있다면 매달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길 바란다. 허무맹랑할지라도 엉뚱할지라도 그저 그걸 적는 순간만큼은 세상 모든 희망이 내 것이 되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골프 버킷리스트라고 적은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이루어지는 날 멋들어지게 다시 글을 써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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