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위 사진을 보다 깜짝 놀랐다. 밥공기 크기와 밥의 양이 어마어마해서다. 저걸 혼자 먹나? 아니면 먹다 남기면 종이나 머슴이 먹나? 신기했다.
결론적으로 조선인들은 현대 한국인 남성에 비해, 조선 남성은 4배, 조선 여성은 2배 반, 아이들은 1배 반을 먹었다.
18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점심을 먹기 시작했고, 아침과 저녁을 먹는 일 두 끼 식습관은 통일신라 시대부터 정착됐다. 흔히 점심은 허기만 때울 정도로 먹었다고 거짓말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점심은 아침과 저녁에 비해 절반 정도 먹었지만, 오늘날 기준으로는 2배를 먹는 셈이다. 그러니 반반이 틀리고 맞다. 조선인들만의 특성이었을까? 중세 다른 동양인들도 이렇게 많이 먹었을까? 답은 조선인만 다른 동양국가들 백성보다 배는 더 먹었다. 그래서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때 왜군의 퇴각 여부를 파악해 보려고 스파이를 적진으로 보냈다. 그리고 스파이는 보고했다.
왜군들이 겨우 두 홉들이 밥만 먹습니다. 장기전으로 오래 진을 치려나 봅니다.
두 홉이면 당시 조선인들이 보기엔 절반도 안 되는 밥을 먹은 거다. 그래서 조선군은 진을 친 왜군이 장기전을 획책한다 여겼다. 그런데 이 무슨 황당한 결과인지. 왜군은 며칠 지나지 않아 철수했다. 그것도 배불리 군량미를 먹어 해 치운 뒤. 대한제국 시절 유럽인들이 본 조선인들은 대식가이고 먹는 걸 멈추지 않는 식충이처럼 여겨졌다.
밥은 '고봉산'이라 부를 만큼 사람이 먹기 힘들 양이었고 이마저도 양반들은 하루에 7~8회를 먹었다. 일반 서민들도 하루 세끼 외에 참외를 붙잡고 먹으면 한 사람이 스무 개 이상을 그 자리에서 먹어치웠다. 일본인이나 서양인들이 보기에는 스무 개 넘는 참외를 계속해서 이로 잘라먹는 모습이 신기했다. 더 신기한 건 그들이 먹어 본 그 참외는 무슨 맛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사실상 조선인들은 아무리 밥을 먹어도 늘 배가 고팠던 것이다. 탄수화물 위주의 곡류 외에는 먹을 게 없었고 하루 이십여 시간의 중노동으로 살이 찔 영양분이 남지 않았다.
맨 위의 사진에서도 보듯이 밥 외에는 반찬이 없다. 그저 간장과 간단한 채소반찬 뿐이다. 그러니 금세 영양분이 소진되어 노동을 위해서는 계속해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밥공기를 보면 최근 70년 동안 4분의 1로 급격히 줄었다. 현대에는 그 축소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이유는 밥 외에 반찬이 탄수화물 외 지방과 단백질로 고열량이고 이런 식사 말고도 고칼로리의 식사대용이 흘러넘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