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고객은 patron인가? client인가?
[20가지 기묘한 고급 상식 열전]
미국이나 유럽 지역의 #레스토랑에서 맛있고 품위 있는 식사를 마치면 우리 한국인들은 국내에서의 습관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현관으로 카드를 들고 씩씩하게 나간다. 그럴 때면 당황한 웨이터와 서버들이 급히 뛰어오고 매니저는 빨개진 얼굴로 '식사에 불만이 없었나요?'라며 화제를 돌리기 바쁘다.
외국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결재를 식사하던 테이블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여유롭게 식사하고 결재하는 번거로움까지 서비스를 요구해야 한다. 감히 내가 음식을 먹어주는데, 네깟것들이 나를 주인처럼 모셔야지, 하는 마인드로 이 같은 유럽식 풍토가 정착화됐다. 레스토랑의 Bill에는 이런 풍토를 보여주는 단 적인 문구가 항상 맨 아래 찍혀 있다.
Thank you for your patronage!
도대체 patron은 뭐고 client는 뭘까? 왜 레스토랑에서는 손님을 client라고 부르거나 customer라고 부르지 않을까? 왜 뚱딴지같이 patron일까? 이 근원적 물음의 해답은 고대 로마의 사회체계에 있다. 기원전 8세기경의 로물루스 시대로 거슬러간다.
로마는 최초 왕정시대로 태어나 공화정을 거친 뒤 비세습식 황제 국가로 거듭났다. 로물루스 시대의 왕정을 거쳐 일부 시민 등급만을 위한 대의민주주의 시대에는 약 100여 명의 대의원들이 정치적, 사회적 주요 사안을 결정했다. 이들은 로마를 유지하는 상류계층으로 부와 권력을 거머쥔 귀족들이었다. 이들 귀족들은 법률, 전쟁, 문학, 세법 등에 능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대대로 세습해 왔다. 고대 로마시대에서 이들을 patron이라 불렀다.
고대 로마의 정치적 권능은 법률적 권위에도 이어져 일반 시민들은 patron을 통하여 법률, 세무, 전쟁, 정치적 소 제기와 분쟁해결을 요구했다. 귀족들이 시민들을 위하여 자신이 대신해 이들을 보호하고 대리해 준 것이다. 그래서 귀족과 시민의 관계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처럼 여겼다.
기원전 6세기 공자는 충효를 논하면서 군주에 대한 충성을 아버지에 대한 효와 동일시했다.
이미 고대 로마는 patron-client 제도를 통해 국가 운영체계를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동일시했다.
라틴어 pater는 영어 father의 어원이고 patron의 어원이기도 하다. 그래서 patron은 전문직 서비스를 해 주지만 선의와 권능으로 이러한 서비스가 필요한 일반 시민들을 대리해 주는 은혜이다. 그래서 patron은 이러한 서비스를 해 주는 전문가들을 지칭할 수 있다.
그래서 client라 하면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등의 전문직들에게 일을 의뢰하는 일반인들이 되고 비록 patron들은 돈을 받고 client들에게 일을 위임받는 입장으로 바뀌었지만 patron의 진정한 의미는 현대에도 변치 않고 있다.
그래서 유독 레스토랑에서는 client일 것 같은 손님들은 비전문직인 요리사와 웨이트들의 음식을 먹어주고 내가 평가해준다는 권능을 중시 여겨 손님들은 patron으로 남았다.
지금의 client는 돈을 주고 허리를 세우고 patron은 허리를 숙이며 수임을 따내기 바쁘지만,
결국 patronage의 전문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사회에서도 존경받았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