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의 기원이 신석기 시대에 사냥 나간 남자들이 고기를 먹고 남긴 음식 찌꺼기를 식구들이 남김없이 핥아먹으려고 그의 입안을 샅샅이 혀바닥으로 홅은 데서 유래됐다는 문구를 본 적 있다. 그때 어린 나이지만 그 글귀를 보면서 피식, 하고 비웃었다. 키스가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생겨난 인간 행동일까? 말초적 쾌락을 즐기기 위한 자극 가운데 하나일까? 이게 생각해야 나올 답인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키스는 인간 리비도의 노출 자극일 뿐이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키스가야릇하게 흥분되는 게 아닐까.
이 그림, 전문용어로 색판화인 우키요에라고 부른다, 에서의 키스는 여자에게 남자가 혼연히 잡아 먹이는 느낌이다. 벗겨진 아랫도리는 제쳐두고서라도 여자의 얼굴 속으로 하얗게 묻힌 남자는 아랫도리와 윗도리 모두를 여자에게 빨아먹혔다. 이런 키스가 일본에서 1788년에 큰 히트를 쳤다. 그리고 일본 기타가와 우타마로의 이 작품은 세대와 지역을 넘어 현재 전 세계 인류에게 많은 영감과 논란을 안겨주고 있다. 이 우키요에에 열광한 유럽 작가들은 미술에서는 물론 사진에서도 일본식 키스에 열광했다. 파리 밤거리의 연인을 찍은 브라사이의 사진작품을 보자.
파리: 카페의 연인, 이라는 이 작품은 1932년 찍었는데, 농염하게 분위기를 주도하는 여인 앞에 남성은 빨려 들어가듯 마주한다. 우키요에의 뒷면을 보는 듯하지 않는가.
1908년 클림트가 그린 키스는 남녀 사이의 절박한 사랑을 키스로 그렸다. 낭떠러지 위에 무릎 꿇은 여자를 남자는 삼킬 듯이 끌어안아 키스를 퍼붓는다. 이 작품에 이어 후계자로 볼 수 있는 에곤 쉴레의 추기경과 수녀로 다시 변조된다. 1912년 클림트의 키스 구도를 종교적 편향 속에 몰아 넣은 뒤 통쾌하게 금기를 깬 작품이다. 농염한 키스가 금기의 파괴로 나타난 것이다.
인간의 리비도, 성욕은 금기의 파괴본능과 마주하며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파격을 낳았다. 그리고 베네통 광고로 센세이션이 또 한 번 몰아쳤다.
이들이 신부와 수녀이지만 이들의 종교적 해탈은 인류 보편의 원초적 리비도와 함께 한다. 이것이야말로 인간 본연의 리비도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우리는 그냥 인간이야, 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