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연장되는 긴 봄방학은 함께하는 엄마도 지치게 하지만 집마다 아이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지루함에 어서 학교를 가고 싶다는 아이가 있는 반면 계속 미뤄지는 개학 연기에 엄마 속도 모르며 환호성 치는 아이도 분명 있다.
봄은 바로 코앞에 온 것 같은데 마음은 여전히 얼음장이다. 얄궂게도 맑은 공기,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적어도 하루에 30분 정도는 아이를 밖으로 내보낸다.
사람 없는 공터에서 줄넘기라도 하고 와
그래야 따뜻한 햇볕도 쐴 수 있고 집안 내 뻔한 동선에만 머무르는 다리 근육 좀 움직이고 오라고 엄마는 준엄하게 아이에게 명한다.
그렇다 해도 예전 3월 일상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운동량이다. 그러나 이 시기는 아이의 잔재주를 트레이닝하기에는 적기의 시간이 아닐까 싶다. 지루한 일상에서 취미를 끊임없이 연마하니 재주는 놀랍도록 향상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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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증거 중에 하나가 손가락에서 펜 돌리기. 언젠가부터 아이는 손에서 휘휘 돌아가는 펜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나 보다. 급기야 아이는 줄기차게 연습하기 시작했다.
연필을 쥐고 공부는 시작했지만 어느새 연필은 좌우로 흔들거리고 있다. 그 시점부터는 아이의 신경은 이미 공부와는 멀어져 있다. 어떻게 해야 떨어뜨리지 않고 연필을 최소 한 바퀴라도 돌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치열한 시간이 된다. 한 번 빠지고 나니 여러 종류의 펜이라는 펜은 아이 손에서 떠나지 않게 된다. 정도가 심해지니 옆에 있는 사람마저 심란하게 한다. 공부에 방해되니 그만하라 해도 아이는 손에 펜이 있기만 해도 중독된 듯 저절로 손이 반응했다.
기어이 아이는 해낸다. 결국 우리 집 그 누구보다도 현란한 펜 돌리기의 달인이 되어 버렸다!
하나를 정상에 올리니 아이는 다른 기술을 시작한다. 이제는 휘파람 불기.
아이는 이전에도 가끔 휘파람 불기를 시도했었지만 바람 소리만 휘휘 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꾸준한 노력으로 안 되는 건 없나 보다. 어느 순간 소리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입에서 나는 소리가 본인도 신기했던지 아이는 더욱 매진하기 시작한다. 밤에도 멈추지 않는 아이의 휘파람으로 옛날 사람 아빠는 뱀 나온다고 그만하라 호통을 치기까지 한다. 부모가 어릴 때 듣던 말도 안 되는 미신 얘기가 아이를 납득시킬수 있을까.
아이는 눈 앞에 보이는 날아가는 작은 먼지를 쫓는다고 입으로 바람을 후 불었다. 아이는 그만 웃고 만다. 그냥 바람을 불려고 했을 뿐인데 그 순간마저도 휘파람을 불고 있는 자신이 어이없어 웃음이 터진 것이다.
그러기를 며칠, 이제는 아이의 휘파람 소리가 다른 식구는 정말 지겹기 시작한다.그러나 역시, 아이는 기어이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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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 난 새소리를 들었다. 어느 산속 절에 있는 관광지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새 모양의 도자기, 그 안에 물을 넣어 불면 꾀꼴꾀꼴하고 신기하게도 새소리가 나는 물건이 있지 않은가. 난 방금 그 소리를 똑 닮은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이 울적한 나날을 좀 더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자기만의 방식으로 작은 성취를 이뤄가며 긴 방학을 유쾌하게 보내고 있는 아이. 오늘 난 이 작은 꼬마의 입에서 나온 예쁜 휘파람 소리에 잠시 잠깐 미소 지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