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영화음악을 듣다

: 아들

by 윌버와 샬롯

딸과 남편은 외출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기운 없는 아들은 누워 있다. 따듯한 이불속에서 엄마는 아들 허리를 감아 안는다. 틀어놓은 라디오에서는 ‘When she loved me’가 흘러나온다.


“아들,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 나온다.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음악이야. 버려진 인형이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슬퍼하는 얘기야. 엄마는 극장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듣고 눈물이 났었어.”


영화 토이스토리를 아이한테 제대로 보여줬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이 곡은 토이스토리 2에 나온다. 2편임에도 1편에 전혀 밀리지 않는 완성도 높은 영화였다.


사람이 보지 않을 때 움직이고 말하는 장난감이라니. 엄마는 그처럼 우리가 모르는 다른 세상이 분명 존재할 거라고 믿었었다. 시나 비밀을 발견하지 않을까 싶어 갑자기 휙 하고 고개를 돌려본 적도 있던 소녀였다.


누구나 그리고 나 역시도 어렸을 때 한 번쯤 상상한 그런 일들을 실제 영상으로 확인하게 준 이 영화의 등장은 가히 놀라웠다. 또한 만화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린 것이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when somebody loved me, everything was beautiful
내가 사랑받았을 때, 모든 것이 너무나 아름다웠지.

every hour spent together lives within my heart
우리 함께 했던 매 순간이 내 마음속에 살아있어.

when she loved me
내가 그녀에게 사랑받았던 그때.


아이는 버려지고 잊히는 슬픔에 대해 알기나 할까. 다시금 가사를 살펴보았다. 어김없이 어미 된 입장으로 가사가 읽힌다. 맨 처음 이 곡을 극장에서 들었을 때는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그때는 엄마도 아니었던 때이다. 그럼에도 눈물이 났었는데, 지금은 하나 둘 내 품을 떠나게 될 미래의 아이 모습이 그려진다. 아, 갑자기 또 주책맞게 코끝이 시큰해진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이 곡은 이미 엄마가 되어 버린 나에겐 이런 정서로 남아 있을 것만 같다.


When she loved me


이어서 ‘Ordinary miracle’이 흐른다. 어쩐 일로 아이들 영화에 나오던 곡이 연속해서 나온다. 두 곡 모두 캐나다 출신 가수 Sarah McLachlan의 음성이다.


“아들, 이 곡은 어디에서 나오는 줄 알아?”


“으음, 글쎄?”


“네가 최근에 읽었던 책인데 그 책을 영화로 만들었어. 그 영화가 끝날 때 나오는 곡이야. 바로 ‘샬롯의 거미줄’. 그 영화는 네가 어렸을 적에 봐서 잘 기억이 나지 않겠구나. 다음에 다시 보여줄까?”


“응.”


아이들과 같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 기억이 있다. 동화책을 읽고도 감정이 북받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책이다.


영화를 볼 때는 이미 책을 읽어 내용도 알고 감동도 느꼈기에 가볍게 영상을 봤다. 그런데 마지막 이 음악이 흐르는 장면에서는 이상하게도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 또다시 먹먹해졌었다.


Ordinary miracle
When you wake up everyday
매일 아침 당신이 잠에서 깨어날 때

Please don't throw your dreams away
당신이 꾸고 있던 꿈을 버리지 말아요

Hold them close to your heart
그대의 마음에 가까이 품어두세요

'Cause we are all a part
그건 우리가 그 평범한 기적의

Of the ordinary miracle
한 부분이기 때문이죠

Ordinary miracle
그 평범한 기적 말이에요

Do you want to see a miracle?
혹시 기적을 보고 싶지 않나요?


“아들, 신기하지. 이렇게 영화에 나왔던 음악이 나중에라도 들으면 그때 느꼈던 기분, 마음이 다시 떠올라. 그래서 엄마는 음악 중에서도 영화음악을 제일 좋아해. 피아노 옆에 영화음악 악보집 봤니? 엄마 어렸을 때부터 그 악보집 보고 피아노 많이 쳤었어.”


“엄마, 나도 해리포터 음악 좋아하잖아.”


조용하고 따스한 토요일 오전에 아들을 꼭 껴안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행복하다. 바로 이 순간이 훗날 기억하고플 평범한 기적 같은 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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