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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배낭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요?

: 배낭을 멘 노인

by 윌버와 샬롯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할아버지가
힘겨운 듯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깁니다.

할아버지는 항상 낡고 커다란 배낭을 메고 다닙니다.


노인은 본인의 몸보다 더 커다란 짐을 메고 고향에 돌아온다. 그에게 고향은 어떤 곳일까.


금의환향 아닌 건지 마을로 들어오는 노인의 표정은 무척 어둡다. 그를 맞이하는 마을 사람들도 기이한 그의 모습에 경계의 눈빛을 거두지 못한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집에 도착해서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노인은 자신의 배낭을 어디를 가든 메고 다닌다. 식당에서마저 그것을 내려놓지 못한다. 저 커다란 가방 안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


배낭 무게에 노인의 고달픔이 느껴진다. 그는 왜 저 무게를 감당하며 다니는 걸까. 노인의 기묘한 분위기는 마을 사람들에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괴기한 소문으로 퍼지게 된다.


저 할아버지 배낭 속에
죽은 애들이 들어 있대.


마을 사람들은 할아버지가 나타나기만 하면 수군거렸습니다.


아무도 그를 모르며 노인조차 그 누구에게도 어떤 사연인지 말을 하지 않는다. 노인은 이해받지도, 이해받기를 원하지도 않으며 어디에서도 편안한 쉼을 찾지 못한다. 까마귀 떼에게 시달리는 허수아비처럼 노인도 그렇게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나 살았던 삶이 힘들었던 걸까.


다 늙어 겨우 집으로 돌아온 그가 이제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할아버지는 그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점점 더 두려워했습니다.


노인은 자신의 집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나서야 쉴 수 있었다. 비로소 그에게 영원한 쉼이 찾아온 걸까.


그의 비밀은 이제 드러난다. 중력이 적용되지 않는 사람. 노인은 그만큼의 돌덩이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어야만 땅에 설 수 있었던 사람이다.


그 나이만큼의 무게를 메고 있어야 그는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누가 자신의 비밀을 알아챌까 배낭을 멘 채 두리번거리며 빵을 급하게 먹던 꼬마 제야 누구인지 알겠다. 평생 배낭을 내려놓을 수 없었던 꼬마는 그렇게 세월만큼이나 더 커져있는 무게를 견뎌야 하는 노인이 되었다.


삶의 끝자락에 와서야 배낭을 내려놓은 노인은 홀가분하게 하늘을 훨훨 난다. 그때서야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정작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으려 했던 노인은 하늘을 날아가며 허수아비를 위해 까마귀 떼를 쫒아준다. 마치 자신의 모든 짐을 훌훌 털어버리듯이.


할아버지의 몸은 구름 위로 사뿐히 내려앉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표정입니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평생 내려놓을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하며 묵묵히 여기 노인처럼 걸어가는 것일까. 도와주겠다는 이에게마저 단호히 거절하는 노인의 마음은 무엇일까. 결국 삶이라는 것은 스스로만이 짊어져야만 하는 고행인 건가.


그렇다면 죽음만이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 그러나 그것마저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이 관 안에 무거운 배낭을 넣자
드디어 관이 내려앉습니다.

그 짐을 죽음에서마저 함께 가져가라고 마을 사람들은 중력을 잃은 노인의 관에 배낭을 함께 넣는다. 삶의 무게와 함께 관에 누운 할아버지의 모습은 평온하다고 그림책에 쓰여 있다. 정말 노인은 평온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끝난 마당에 그도 이제는 좀 자유로우면 안 되는 걸까. 나 같은 의문이 든 자가 많았는지 글쓴이는 이렇게 얘기한다.


관객들은 왜 굳이 죽은 노인의 관에 배낭을 넣어야 했냐는 질문을 여러 번 했습니다. 자신의 굴레를 벗어 버리고 미소마저 머금으며 훨훨 날아다니는 노인이었지만, 결국 타인들에 의해 자신의 굴레를 안고 마지막까지 잠이 들게 되는 모습은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하는 무거운 상상을 해 봤습니다.


무거운 상상, 인생이란 참 고약하고 쓸쓸하다.


<아래 배너에서 원작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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