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일상도 아름답게 보인다

: 하루 한 컷 만보 클럽, 태풍은 이제 그만

by 윌버와 샬롯

태풍 '타파' 여파가 오늘까지 지속될지 일기예보를 계속 주시했습니다. 오늘은 아이가 학교에서 산에 가는 일정도 있었고 저도 만보 걷기를 해야 하니깐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다행히 하늘이 참 맑네요. 태풍이 와서, 바람이 많이 불어서 운동 못하겠다는 핑계는 쏙 들어갑니다.


집에서 나올 때 다른 날과 다른 변화는 바로 옷차림입니다. 아무래도 아침 기온이 많이 떨어져, 안에는 반팔티에 겉에는 긴팔 셔츠를 하나 더 입고 나왔습니다. 햇빛이 있는 곳에서는 살짝 땀이 나면서 덥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제는 긴팔이 그리 어색하지 않은 계절인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어디를 걸을까요? 뭐 다르지 않습니다. 항상 새로운 곳을 걷겠다 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매번 장소 선택에 고민이 있을 거예요. 생수 한 병과 핸드폰 달랑 들고 그냥 나옵니다. 마음과 몸을 가볍게 해야 출발이 쉽습니다. 그래야 어떤 핑곗거리가 생기지 않습니다. 어김없이 오늘도 익숙한 집 근처 공원으로 향합니다.


아파트 둘레길을 따라 공원으로 향합니다


오늘 공원에는 평소보다 제 또래가 많이 보이질 않네요. 공원에 어르신이 많이 계신 것은 원래 일반적인 모습이긴 하지만 월요일이라 그런지 더욱 연령이 있으신 분들이 운동을 많이 하고 계십니다. 제 또래 사람은 비록 보이지 않았지만 어린이집 산책시간에 맞춰 나온 꼬마 병아리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더구나 공원 내 프로그램을 체험하기 위해서 온 한 무리 꼬맹이들은 옹기종기 앉아 허수아비에 관해 배우고 있는 듯했습니다. 공원 가을 프로그램인가 보죠. 종알종알 아이들 소리가 람을 타고 흐릅니다. 좀 더 공원 풍경이 따스지네요.


벌써 중간고사 기간이 시작되었을까요? 점심시간도 되기 전인데 공원 옆 중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옵니다. 병아리 아이들도 예쁘지만 학년별로 색이 다른 학교 체육복을 입고 다니는 아이도 예사로 보이질 않습니다. 까르르 삼삼오오 집으로 가는 청소년도 제 눈에는 아기로 보입니다. 정작 그들은 모르겠지만, 뭐든 될 수 있는 그 가능성의 아이들이 참 귀하게 보이네요.




걷거나 운동할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대체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라디오를 듣기도 하지만 보통은 그냥 무념무상으로 걷고 있습니다. 드는 생각이라고는 '언제 만보가 채워질까? 아직도 이것밖에 안 걸었네. 꽤 오래 걸은 것 같은데 시간이 이것밖에 안 가다니.' 뭐 이렇게 어서 만보를 채우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솔직히 지배적으로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숫자를 채우고 나서 집에 도착하면 나와의 약속을 오늘도 지켰다 하는 편안한 마음이 드니 마음을 꼭 다독여 봅니다.



언제나 기분 탓이겠지만 오늘은 특히나 숫자가 더디게 올라갑니다. 지루함을 달래고자 공원에 핀 장미도 둘러보고 이리저리 평소에는 안 갔던 길도 한번 더 돌아 걷습니다. 집에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그려도 봅니다. 부지런히 이것저것을 해야지 하고 계획은 해봅니다만 솔직히 들어가자마자 하는 거라고는 냉수 한 컵 들이키고 세수 한 번 하고 30분 정도 기진맥진 뻗어 있게 됩니다. 걸은 후 30분 정도의 쉼, 그 정도는 괜찮은 거겠죠. 오늘도 만보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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