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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버와 샬롯 Sep 25. 2019

헤이 듀드

: 하루 한 컷 만보 클럽, 에드 시런의 진지한 제안에 대해

나름 바쁜 날이었습니다. 새벽부터 움직인 전쟁 같은 하루였죠.


오늘은 구민체육센터 프로그램 신규 등록하는 날이었습니다. 아이에게 수강시키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어 벼른 날이었죠. 사전에 알아보니 등록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꽤 인기 있는 것이었나 봅니다. 기존 수강자가 계속 수강을 하게 되 신규가 몇 자리 남지 않더군요. 직원 말로는 신규 등록은 새벽 5시 40분에 선착순 번호표를 받아 7시부터 번호대로 접수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갑자기 전투력이 상승했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닌 부지런한 사람이나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딸아이를 기필코 등록시키겠다는 열망이 가득해졌습니다. 어밤에는 그렇게 알람을 맞추고 잠이 들었습니다.


바로 오늘, 새벽 5시 좀 넘어 비몽사몽 세수와 양치질만 겨우 합니다. 새벽 찬 기운을 막아줄 옷만 간신히 챙겨 입고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어두운 길나섰습니다.


여태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프로그램은 수강하지 않았었는데 오늘에야 새벽 진풍경을 보게 됩니다. 저기 사람들이 보입니다. 체육센터 정문 앞에 서있는 사람의 무리, 살짝 보이는 정도로 뭐 나도 많이 늦지 않았구나 안했습니다. 그 속으로 빠른 걸음으로 들어가 보니 아니 웬걸요. 제 앞에 어림잡아 100명은 서 있습니다. 아이고야, 제 타깃은 5명 자리가 남았는데 앞에 그 프로그램을 접수할 사람과연 몇 있을까요? 저는 오늘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줄을 서고 한 10분 정도는 기다렸을까요. 번호표 뽑을 예정된 시간이 지나도 줄이 미동도 없으니 이게 뭐라고 초조해집니다. 같은 목적으로 평일 새벽잠을 물리치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과 동지애를 느끼면서 말이죠. 이 사람들은 어떤 운동을, 어떤 프로그램을 새 달에 시작하려 이렇게 나섰을까 호기심도 생기고요. 자신을 위해서 일 수도 있고, 저와 같이 자녀를 대신해 나와 있는 부모도 있겠죠.   


접수번호 92번째, 저는 등록할 수 있을까요?


저, 해냈습니다. 솔직히 다른 인기 있는 프로그램보다는 크게 경쟁이 치열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새벽이 아니더라도 아침에 여유롭게 나왔더라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접수받는 직원에게 묻지는 않았지만 일찍 일어난 보람을 찾게 아슬아슬하게 접수되었길 혼자 긍정해봅니다.


이제는 아이가 즐겁게 수강하길 바니다. 그보다 더 뿌듯한 은 없겠죠. 혹시라도 그게 아니라면 뭐 어쩔 수 없고요. 아무리 좋은 평양감사 자리라도 본인이 싫으면 어쩔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부디 제발요.


비틀즈 좋아했었니?


음악영화가 개봉하면 꼭 같이 보는 친구가 있습니다. 서로의 집 중간 정도 되는 영화관에서 친구를 만납니다. 번화한 도심으로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고 나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점을 지나갑니다


평일 오전의 상영관은 참 한산합니다. 친구와 나만 오롯이 그 상영관을 전세 낸 듯 여유롭게 영화를 봅니다. 음악에 맞춰 손가락을 까닥거리고 발로 리듬을 즐기기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웃어줘야 하는 포인트에서도 깔깔 댑니다.


'스터데이'에서 '헤이 쥬드'까지 귀가 호강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헤이 쥬드'를 '헤이 듀드'로 진지하게 개명을 권유하는 에드 시런 때문에 많이 웃었습니다. 당분간은 다시 비틀 음악을 제 일상 배경음악으로 등장시킬 것 같습니다.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헤이 쥬드'를 불러봅니다. 생각보다 노래가 기네요. 라라라, 헤이 쥬드~


새벽의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 도심 속으로 들어간 영화 여행. 오늘은 이렇게 만보를 채워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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