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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버와 샬롯 Sep 26. 2019

허수아비야, 팔 안 아프니?

: 하루 한 컷 만보 클럽, 익어가는 가을 단상

오늘도 역시나 길을 나섭니다. 언제 미세먼지로 골치가 아팠는지 생각도 안 날 정도로 날씨며 공기가 매우 착합니다. 영원할 것 같은 이 찬란한 가을도 어느 날엔가는 끝나겠죠. 그 날이 오기 전까지 부지런히 걸어보려 합니다.


오늘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출발했습니다. 오랜만에 음악을 들으며 걸어볼까 하고요. 줄이 긴 이어폰을 꽂고 걷는 것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약간 걸리적거리죠. 그런 면에서 최근 들어 많이 쓰는 무선 이어폰은 훨씬 편한가요? 요즘 매우 탐이 나는 아이템입니다. 조만간 구입해야겠어요.



탁 트인 공간에서 나만의 음악을 들으며 걷는 기분은 꽤 즐길 만한 순간입니다. 스마트폰에 특별한 선곡 리스트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전 라디오를 좋아하거든요. 집에서도 종일 라디오를 켜놓으며 생활합니다. 청소할 때나 설거지할 때도 음악이나 사람 소리가 나야 마음이 편합니다. 라디오 채널 중에 음악 위주 방송을 하는 CBS 채널을 선호합니다. 거기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영화음악을 틀어주는 11시입니다.


오늘처럼 운동하는 아침 9시경에는 클래식 시간입니다. 배우 강석우 씨가 진행하는데요. 제가 이 프로그램을 처음 들었을 때는 성악가 김동규 씨가 진행을 했었고, 그다음 주자가 배우 김석훈 씨였습니다. 방송을 듣기 전에는 DJ를 했던 세 사람을 잘 알지 못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호감이 가더군요. TV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랑 라디오에서 들리는 음성은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라디오는 좀 더 사람을 더 가까이, 깊게 알 수 있게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운동으로 걷는 데 있어 배경음악으로 클래식이 도움이 될까 좀 생각해 봅니다. 행진곡과 같은 신나는 음악이 아니면 대체적으로 템포가 좀 느리잖아요. 그에 따라 발걸음도 느려지는 건 아닌지, 이 시간에는 좀 신나는 팝을 들어야 하는 건지 생각해봤습니다. 그래도 습관이라는 것이 무서운지 딴 채널로 돌리지 못하겠습니다.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는 등의 열혈 청취자도 아닌데도 말입니다. 걸음이 좀 늦어져도 이 햇살에 클래식도 좀 들어줘도 괜찮지 않을까요.



    

공원에서는 작게 벼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체험 일환으로 지역 주민이 가꾸는 조그만 텃밭도 있고요. 벌써 배추도 얼추 자라 있네요. 아직 벼는 노랗게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습니다. 가을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밭에는 허수아비가 즐비합니다. 유치원 아이들이 꾸며 놓은 걸까요? 모습이 제각각 개성 집니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허수아비를 뒤에 두고 병아리 꼬꼬마들을 예쁘게 사진 찍어주느라 여념 없습니다.



잔디밭에 대자로 누워 즐거워하는 아이도 보이고 그걸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사진 찍어주는 엄마도 보입니다. 하늘은 고맙게 파랗고, 귀에는 나만의 선율, 눈은 축복된 가을의 단상들. 오늘도 이렇게 만보를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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