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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버와 샬롯 Sep 23. 2019

걷다 보면 일상도 아름답게 보인다

: 하루 한 컷 만보 클럽, 태풍은 이제 그만

태풍 '타파' 여파가 오늘까지 지속될지 일기예보를 계속 주시했습니다. 오늘은 아이가 학교에서 산에 가는 일정도 있었고 저도 만보 걷기를 해야 하니깐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다행히 하늘이 참 맑네요. 태풍이 와서, 바람이 많이 불어서 운동 못하겠다는 핑계는 쏙 들어갑니다.


집에서 나올 때 다른 날과 다 변화 바로 옷차림입니다. 아무래도 아침 기온이 많이 떨어져, 안에는 반팔티에 겉에는 긴팔 셔츠를 하나 더 입고 나왔습니다. 햇빛이 있는 곳에서는 살짝 땀이 나면서 덥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제는 긴팔이 그리 어색하지 않은 계절인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어디를 걸을까요? 뭐 다르지 않습니다. 항상 새로운 곳을 걷겠다 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매번 장소 선택에 고민이 있을 거예요. 생수 한 병과 핸드폰 달랑 들고 그냥 나옵니다. 마음과 몸을 가볍게 해야 출발이 쉽습니다. 그래야 어떤 핑곗거리가 생기지 않습니다. 어김없이 오늘도 익숙한 집 근처 공원으로 향합니다.


아파트 둘레길을 따라 공원으로 향합니다


오늘 공원에는 평소보다 제 또래 많이 보이질 않네요. 공원에 어르신이 많이 계신 것은 원래 일반적인 모습이긴 하지만 월요일이라 그런지 더욱 연령이 있으신 분들이 운동을 많이 하고 계십니다. 제 또래 사람은 비록 보이지 않았지만 어린이집 산책시간에 맞춰 나 꼬마 병아리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더구나 공원 내 프로그램을 체험하기 위해서 온 한 무리 꼬맹이들은 옹기종기 앉아 허수아비에 관해 배우고 있는 듯했습니다. 공원 가을 프로그램인가 보죠. 종알종알 아이들 소리가 을 타 흐릅니다. 좀 더 공원 풍경이 따스지네요.


벌써 중간고사 기간이 시작되었을까요? 점심시간도 되기 전인데 공원 옆 중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옵니다. 병아리 아이도 예쁘지만 학년별로 색이 다른 학교 체육복을 입고 다니는 아이도 예사로 보이질 않습니다. 까르르 삼삼오오 집으로 가는 청소년도 제 눈에는 아기로 보입니다. 정작 그들은 모르겠지만, 뭐든 될 수 있는 그 가능성의 아이들이 참 귀하게 보이네요.




걷거나 운동할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대체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라디오를 듣기도 하지만 보통은 그냥 무념무상으로 걷고 있습니다. 드는 생각이라고는 '언제 만보가 채워질까? 아직도 이것밖에 안 걸었네. 꽤 오래 걸은 것 같은데 시간이 이것밖에 안 가다니.' 뭐 이렇게 어서 만보를 채우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솔직히 지배적으로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숫자를 채우고 나서 집에 도착하면 나와의 약속을 오늘도 지켰다 하는 편안한 마음이 드니 마음을 꼭 다독여 봅니다.



언제나 기분 탓이겠지만 오늘은 특히나 숫자가 더디게 올라갑니다. 지루함을 달래고자 공원에 핀 장미도 둘러보고 이리저리 평소에는 안 갔던 길도 한번 더 돌아 걷습니다. 집에 돌아가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그려봅니다. 부지런히 이것저것을 해야지 하고 계획은 해봅니다만 솔직히 들어가자마자 하는 거라고는 냉수 한 컵 들이키고 세수 한 번 하고 30분 정도 기진맥진 뻗어 있게 됩니다. 걸은 후 30분 정도의 쉼, 그 정도는 괜찮은 거겠죠. 오늘도 만보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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