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가을에 우리는

: 친정 식구

by 윌버와 샬롯

가을이 되면 오빠 엄마 아버지 모셔있는 산으로 가자 한다. 행나무에 줄줄이 열린 은행을 털어야 한다고, 나무에 이 홍시가 되어 떨어지기 전에 얼른 따야 한다고.

오빠들은 산소를 손질하는 의무감이 보태진 연례행사만, 나머지 가족은 핑계 삼아 가을 나들이 길을 따라나선다.


아버지와 엄마 산소에 있는 이름 모를 나무들이 어느새 커있다. 갈 때마다 부쩍 자라 있어 낯설게도 느껴지는 나무가 왜 그렇게 새삼스럽게 보이는 까.


부모님 돌아가시고 매년 식목일 즈음 오빠들은 산소 주변에 나무를 심는다. 그 작던 나무들이 어느 세월에 자랄까 싶었는데 시간 앞에서는 정말 장사가 없나 보다. 어떤 철옹성 부럽지 않을 만큼 아담하고 품위 있는 모습이 참으로도 위풍당당하다. 부지런한 오빠들의 정성으로 한껏 뽐을 내는 엄마와 아버지의 자리. 한낱 죽은 자의 자리지만 지금의 따뜻하고 풍광 좋은 이 정성을 하늘에서 알고 계실까? 일찍 떠나셔서 살아생전 제대로 된 효를 드리지 못한 남은 자의 그나마 위안일까?



오빠들은 은행나무에 올라가서 은행을 털고, 올케언니와 조카는 대나무 장대로 감을 딴다. 초등학생 조카가 낑낑대며 자기 힘으로도 벅찬 기다란 장대로 감을 따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아이는 어떤 일에 있어서도 뭐든 해보려는 의지와 강단이 있 뵌다. 잘못 따서 아뿔싸 풀썩 감이 바닥에 떨어졌지만 조금 터져버린 홍시를 그럼에도 맛있게 먹는 조카가 참 예쁘다.


나무를 흔들어 털어낸 냄새나는 은행을 막내 오빠와 언니가 수돗가에서 씻기를 자처한다. 지금 본인들이 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오빠와 큰올케의 짐이라 나선다. 런두런 얘기 나누며 궂은일에 솔선수범하는 니와 오빠 모습이 다정하다.


이벤트 대마왕 둘째 오빠는 산 여기저기에서 주운 밤을 구워 먹으려 시도한다. 생각보다 식구들 반응이 좋아 고구마까지 워 본다. 뜨거워 호호 불어가며 밤과 고구마를 입 주위가 까매지도록 식구들은 옹기종기 앉아 먹다.


아직 한참 어린 남매 조카는 잔디밭에서 사이좋게 소꿉놀이를 한다. 깔깔대며 뛰어노는 모습이 꿈결처럼 따스하다.


포근한 가을 풍경이다. 난 은행도 감도 따지 않았지만, 마음속 행복을 가득 따서 돌아온다. 눈물겹도록 사랑하고 오래도록 함께 하고픈 우리 가족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