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많이 못 걸은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오늘은 걷는 코스가 꽤 됐다. 그랜드캐니언부터 이 지역에는 여러 이름의 캐니언이 존재한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마다 보이는 사방의 풍광이 광활한 캐니언이다. 언제 또 이런 광경을 다시 볼지 싶어 연신 차에서 캐니언만 응시하며 다녔다.
광고에서였는지 어디 사진이었는지 모르지만 환상적인 사진으로 봤었던 곳을 오늘 방문했다. 그것이 그때는 어디였는지도 몰랐던 곳, 바로 엔탈로프 캐니언이다.
동굴 탐사쯤으로 생각했던 엔탈로프 캐니언 투어는 기대 그 이상의 장소였다. 모래와 물 그리고 세월이 만들어낸 이곳은 직접 그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비경 그 자체다. 또한 인생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할 것이다. 직접 눈으로 봤을 때보다 카메라 렌즈로 찍힌 모습은 또 다르게 아름답다.
가이드가 대신 찍어주는 사진이 정말 예술로 나온다.
투어는 한 시간 코스지만 협곡을 오르고 내리는 과정은 예상치 않은 걷기 운동이 되었다. 바깥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그 아래에 그런 신기한 세상이 있다니 놀라운 따름이다.
두 번째 목적지인 홀스슈 밴드는 엔탈로프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가깝게 있어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곳은 미처 알지 못한 비밀이 숨겨져 있던 곳이다. 바로 뜬금없는 걷기의 대향연. 그것도 오르락내리락 길에 바닥은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길이다.
홀스슈 밴드 가는 길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오르막 길이 보여, '뭐 그 정도쯤 올라가야 보이는가 보지'하며 만만하게 봤었다. 그런데 웬걸, 거기가 정상이 아니었다. 바로 거기부터가 시작점이라는, 입구 아래에서는 그다음이 보이지 않아 절대 모를 수밖에 없는 숨은 비밀이다. 그 비밀을 알았을 때는 잠시나마 오늘의 만보를 채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거 같아 내심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홀스슈 밴드에 가실 계획인 있는 분이라면 운동화 끈 단단히 조이고 가시길 권한다. 그렇다고 겁낼 정도는 결코 아니다. 그 끝의 열매는 분명히 달콤하니 말발굽을 정말 닮았는지 꼭 확인하시길.
홀스슈 밴드
전날 그랜드캐니언 지역부터 숙소가 있는 페이지까지 구글맵 연결이 되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신청한 통신사가 그 지역에서는 서비스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작은 도시라서 그렇다고 숙소 직원이 알려줬는데, 그래도 그랜드캐니언이 있는 동네인데 그럴 수 있나 싶었다. 더 비쌌던 다른 통신사 유심을 사지 않은 것이 우리의 잘못이라면 잘못이었을지.
와이파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가 된 듯 디지털이 먹통이 되면 얼마나 무력해지는지 이번 여행을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 다행히도 그 지역을 조금만 벗어나니 다시 유심은 제 역할을 하게 됐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여러 캐니언을 뒤로하고 다시 라스베거스로 복귀했다. 여기서 내일 천사의 도시 LA로 향할 예정이다. 내일부터는 LA어느 장소에서얼마큼 걷게 될 수 있을지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