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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버와 샬롯 Oct 13. 2019

걷는 데는 역시 놀이동산이야

: 하루 한 컷 만보 클럽, 유니버셜 스튜디오

미국 서부 여행 일곱째 날이다.


오늘은 오롯이 아이들의 날이다. 놀이동산에서 줄곧 줄만 서는 망부석이 되는 엄마여서 더욱 오늘의 일정이 탐탁지 않다. 일부러 제일 한가하다는 월요일로 날은 잡았지만 여기가 뭐 그리 만만한 곳인가. 세계 사람이 다 놀러 오는 곳 아닌가. 오늘 하루 얼마나 기다림시간이 될지 전날부터 마음이 무거웠다.


LA에서 갈 수 있는 대표적 놀이동산으로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가 있다. 각기 장단점을 갖고 있기에 일정을 짤 때 고민이 됐다. 그러나 오직 한 가지 이유로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결정했다. 바로 이곳에는 해리포터 테마파크가 있기 때문이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입구 모습


국내에서도 그렇지만 항상 놀이동산에만 오면 우왕좌왕이다. 오픈 시간에 맞춰 부지런하게 장소에 도착하지만 막상 헐레벌떡 입장하고 나면 도대체 어디부터 가야 할지 막막해진다. 뭐부터 보러 가야 하는 건지 제대로 사전 조사 및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게으름 탓이다. 오고 나서야 전날 미리 공부 좀 하고 나설걸 하며 후회하기 마련이다. 여기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딱 두 가지 정보만 갖고 입장한 터였다. 1번은 해리포터, 2번은 스튜디오 투어. 그 두 개만 보더라도 본전은 뽑는 거라고.


월요일 효과인 건지, 생각보다 줄은 빨리 줄어들어 그리 힘들지 않았다. 놀이기구 타는 것에 큰 흥미를 느끼지 않는 딸마저도 해리포터 라이드에서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끝나고 나오자마자 너무 재미있었다는 신세계 소리를 들으니 여기 온 보람마저 느끼게 했다. 결국 폐관 직전에 한 번 더 타러 가 즐거움을 확실히 만끽했다. 1순위 해리포터는 역시나 배신하지 않았다.


이곳은 어른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테마파였다. 단순히 놀이기구만을 타는 곳이 아닌 영화를 테마로 해서 그것과 접목한 3D나 4D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환호성이 참 인상적이었다. 할로윈 시즌라고 하기에는 이른 시기이었지만 군데군데 분위기를 내고 있긴 했다. 할로윈 시즌에 임박해서 왔으면 좋았겠다며 아이가 아쉬워했다.


한국 놀이동산보다 이른 폐점 시간으로 마음이 급했다. 초저녁 6시에 끝다니. 시간까지 모든 것을 하겠다는 마음은 이미 접고 시작했지만 1,2순위를 마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다음부터는 내키는 대로 즐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테마가 많지는 않아 중간중간 보이는 웨이팅 시간표를 확인하며 움직이면 꽤 많은 것을 즐길 수 있다.

 

유니버셜 스튜디어 초입부터 보이는 해리포터 성


조금이라도 줄 서는 시간을 줄이고자 식구들보다 앞장서 종횡무진 놀이동산을 뛰어다녔다. 모든 테마를 보진 못했지만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이것은 했어'라며 즐긴 테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서인 것 같다.


친한 친구들에게 마법 학교 망토를 사주겠노라고 호언장담을 했던 아들은 그 가격에 놀라며 자기 용돈 수준에 맞 해리포터 열쇠고리를 고른다. 본인을 위해서는 가져간 용돈 모두를 마법 지팡이를 사는데 투자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아들, 도대체 뭐에 쓸거니 그 지팡이를.


LA 카운티 미술관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하얗게 불태우고 오직 이 조명 아래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LA 카운티 미술관에 왔다. 이미 미술관은 끝난 시간이지만 우리와 같은 목적으로 방문한 사람이 많다. 웨딩 사진을 찍는 이, 전문 모델 사진을 찍는 이 등 다양하다.


피곤한데 겨우 이거 보러 왔냐며 아이들은 볼멘소리를 하지만 엄마 아빠는 연신 아이들에게 애걸복걸하며 포즈를 주문한다. 너희 예쁜 사진 찍느라 땅에 무릎쯤이야 기꺼이 내던진다.


그렇게 오늘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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