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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海雨)

by 훈자까

가만히, 비를 기다리는 일.


낮의 흰 구름을 툭툭 두드리고

꽤 말랑한 탄성을 좋아했다

그 낭만도, 웃음도


간지럼에 격하게 몸이 흔들릴 때

소소한 비가 내렸다

그러곤 온 얼굴로 만끽했다

어쩌면 기다림이 많이 내린다는 변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우두커니 서서 안기만 했을 뿐


그러다가, 놀랍게도 진득한 갈증이.


아, 나는 바다가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더라.


그곳은, 뛰기도. 밟기도. 혹은 날아야만 첨벙할 수 있는 곳인데.


작은 물방울에 취해

나도 구름의 꼬리를 따라 같이 흘러간다고

그렇게 믿고 있었나 보다


벌린 양팔이 아닌

날개를 펼쳐야만 했었음을


조금 내린 비에, 풀지 못한 마음이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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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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