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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못한 것

by 훈자까

어딘가 맹목적으로 기대진 않았으나

그래도 거대한 것에 때때로.

혹은 자주. 짐을 던지곤 했는데


어깨의 절망이든, 마음의 신이든 간에

돌림판이니 갈림길이니

누군가의 쪼아대는, 또는 매료될 만한

잡설 혹은 지저귐을

원망하되 믿었는데


흔히 말하는 운명애는

돌아가는 비겁한 고개이자

겁쟁이의 도망이었을 뿐.


또렷한 나침반과

정겨운 햇살을 쥐었대도


그저 설원 위의

머뭇거리는 방랑자

그 하나.


믿지 못해서

그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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