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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넨 시선

by 훈자까

마음의 솔직함은 분명한 독이 된다, 쓸쓸하게도. 거창하게 두른 매력 혹은 마력이. 그것의 근원이 샘이든 금이든, 과하면 무력하게 녹여버린다. 흐물흐물거리는 이미지를 좋아하는 이는 없을 테니. 호르몬이니, 본능이니, 그래도 인간인데. 아, 어쨌든 동물이었지.


한 차례의 시선이 가면을 쓰고 겹친다. 아직은, 건재한 거리감. 그보다 더욱 튼튼한 호기심과 약간의 어색함. 찰나의 들뜸이 가장 경계되는 이 시기에. 아주 비싼 웃음을, 아끼고자 했다.


그러나 쉽게 터지는 실소, 거기에 당겨오는 행복감이란. 왜 그렇게 밝게 웃어주는 건지. 원래 성격이 그런 거겠지. 새하얗고, 아름다운 이의 눈웃음은 맹독이라서. 참 무서운데, 반가운 식은땀이. 이놈의 감정.

조금 오래 본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하라고 해서. 또 그게 틀린 말은 절대 아니니까. 맨얼굴의 긴장되는 시선을 건넸다. 후우.


그때부터 끊임없이 밀려오는. 망상을 업은 설렘이 결국은 내 오감을 가려서. 가면은 손쉽게 바스라지고. 벌써부터 무도회를 기대하는 이 마음에. 불규칙한 떨림은 더더욱.


밤별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던. 그 아름다움을 덜컥 담고서는, 중독되어 유일한 해독을 기다리며. 가변성에 신앙을 부여해서 말이다. 시간, 감정, 마음, 거리감. 그 어떤 것에도 불타오르게 기도할 수 있으니.

같은 독에 취한 이들은 행복하고 사랑하더라. 하하, 먼저 증상을 겪어도 진단이라는 게 참 어려운 일이라서. 다소 부족한 전문성에 아쉬운 웃음을. 멋쩍은 독침만 다시 갈고 닦는.


솔직하게. 미온한 걸까. 아니면 아직 수면이 깊어서, 보이지 않는 걸까.


독이 참 잘 드네. 저릿저릿한 기다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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