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피워낸 꽃 한 송이.
하늘 아래 근사한 옷을 입고 산들바람과 춤을 추네
이번 여름은 아주 깊은 폭염이었나, 어느덧 축 처진 팔과 어깨가 보인다. 그래, 고생 많았지 참. 열정적이고 즐거웠던 그 춤사위도 이제는, 그만둘까 해서요. 지금 선선한 가을이 오는데 그 길고 더웠던 때에 그렇게 불태우고선 이제야 사그라진 제 몸짓이 참 아이러니하죠? 옆에선 안쓰런 흰 바람이 웃고 있을까. 조금은 헛헛한 웃음을 흘리고.
살랑거리면서, 낙하한다.
깊은 골짜기의 강줄기는, 머나먼 겨울 같이 차갑구나. 조용하고 차분히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고선, 방금 전에 걸려있던 저 초목을 바라본다. 저때에 내가 바라봤던 강줄기의, 지금의 내 모습을 가졌던 모든 꽃들이 떠오르는 이 흘러감에
잔잔히 감은 눈을 뜨니 밤하늘이 보여요. 온몸이 일렁이는 냇물에 안겨 조금씩 가라앉아. 그러면서 보이는 새벽별은, 변함없이 눈부시게 반짝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