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폭우

by 훈자까

작열이 몰아치는 날들이 당도해

흰 사각의 울타리 아래 의미 없는 날을 꿋꿋하게 밀어내던

어느 날의 내 얼굴에는


어질러진 체념이 드리웠다

잘 지켜내던 평온이 무력하게 백기를 들고

성문을 발칵 열고선 차갑고 허망한 표정을 짓는 이들을

싫증 어린 환대로 맞이한 지금

도피처, 돌파구는 없었다.


불현 듯 투두둑 하더니

여름비가 내린다


공허함에 잠식된 이들에겐 반점이 있다

체념 가득한, 냉정한 현실을 품은 이들에

찬 수직선이 와르르 내린다


얼굴 곳곳, 마음 곳곳에. 젖은 꽃잎 모양의 샘이 그려지다.

뿜어대니 허심하게 맞고, 적시고, 털고. 겨우시 이들을 달랜다.

인생사.


한숨 하나 남기지 말고

모두 떠내려가다오

지금은 스스로 스러질 힘조차 없으니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1화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