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여름별을 담는다. 어느 때와 같은 폭염이 올 때면, 그 일렁이는 붉음을 꿰뚫고. 미색의 반짝임에 매료된다. 지금 해의 별도, 캄캄한 수증기와 같은. 뜨거운 물안개 속에서 누구보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구나.
과거 언젠가. 망연자실의 현실을 부둥켜안고자 했을 때, 진녹색의 수의를 입고 누구보다 아득한 환상향을 설파하던 그때의 누구야. 너는 지금 별에 닿았니. 끊어진 필름처럼 다시는 마주 못 할 낯이지만, 참으로 궁금하단다.
동산 언저리가 젖는다. 너무 많이 담았을까, 별가루들이 사정없이 흐르기 시작한다. 갑자기 매혹적인 서늘함을 담은, 순풍이 분다.
안개 물결 속 그 누구를 닮은 당신은, 킥킥대며 나에게 부채질을 한다. 눈에 담았던 것이 바로 옆에 떠있는 기분이란 참으로 오묘하다. 아니, 야릇할지도.
가장 먼 별은 우두커니 남겨놔야만 한다. 그래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여름이 있어서. 불가사의한 그 거리를 나아갈 수 있을 테니. 꽉 부둥켜안은 계절에 폭염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