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우유니 소금사막'

by 하람

늘 이곳에 갈 수 있길 소망했다. 그랬기에 하늘과 가장 가까운 땅이라 불리는 볼리비아로 향할 때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떠남이 믿기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곳을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이라고 불렀다. 바로 ‘우유니 소금사막’이 그곳이다.


볼리비아의 ‘라파즈’가 가까워오자 멀리 있던 반짝임도 다가왔다. 유명한 ‘라파즈’의 야경이었다. ‘엘 알토’에서 비행기를 내린 후 고산 증세를 예방하기 위한 나만의 처방으로 타이레놀을 한 알 먹었다. 고도 4,065m의 ‘엘 알토 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국제공항이다. 지상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케이블카는 내려가는 구간과 거리에 따라 색깔이 달랐다. 가장 긴 거리를 이동하는 노란색 케이블카를 타고 ‘라파즈’를 향해 3,200m까지 순식간에 내려갔다.


거리에는 퉁퉁한 여성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어깨에는 숄을 걸쳤고 알록달록한 층층이 치마를 입었으며 멋진 페도라를 쓰고 있었다. 알고 보니 이 차림새는 원주민의 전통 복장 ‘촐리타’였다. 원래 촐리타는 볼리비아의 원주민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었으나 현대에 들어와 문화적 자부심을 나타내는 용어가 되었단다. 이들은 고가의 페도라를 사기 위해 허리가 휜다고 한다. 모자 값이 도시민의 한 달 월급과 맞먹을 정도로 비쌌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이렇게 무리를 하는지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과거를 잊고 사는 사람에게 미래가 없듯이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의 현재는 고달플 수밖에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목적지는 우유니 소금사막이었지만, ‘라파즈’ 인근에 있는 ‘달의 계곡’을 먼저 다녀왔다. 인류 최초로 달나라에 갔던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여기는 지구가 아니고 달나라 같다.”라고 말했다는 곳. 그래서 달의 계곡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의 지형은 매우 독특했다. 암석 같기도, 진흙 덩어리 같기도 한 것들이 침식돼 특이한 형태가 되었다. 세월이 흐르며 비, 바람, 뜨거운 공기의 영향을 받았고, 그에 따라 독특한 풍경이 형성된 것이다. 기암괴석에 진흙을 발라놓은 것처럼 보이는 덩어리들은 우기에는 뭉툭해지고, 건기가 되어 바람이 불면 뾰족해진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자 지역민들의 우려가 커졌다. 결국 달의 계곡은 형태가 축소되어 사라질 것이라는 예언도 나왔다. 이 말을 입증하는 듯 보행자 길도 중간중간 구멍이 숭숭 뚫려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발이 빠질 수 있었다.


‘바람의 계곡’ 너머 산봉우리는 ‘악마의 이빨’을 드러낸 채 날카롭게 서 있었다. 스페인의 식민지였을 때, 정복자들이 원주민을 괴롭히며 오르게 해서 그 봉우리를 악마의 이빨이라 불렀단다. 이름도 모양도 섬뜩해 소름이 돋았다.


안데스 고원에 위치한 ‘우유니 소금사막’을 가기 위해 사륜구동 지프를 탔다. 길은 황량했다. 소금사막은 대륙판이 부딪히며 바닷속 땅이 해수면 위로 솟아올랐을 때 생긴 평원이다. 안데스산맥이 형성될 때 갇혔던 내륙 바다의 물이 소금 결정만 남기고 증발한 결과물이었다.


날씨는 쾌청했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날까지 비가 내렸다기에 좋은 예감이 들었다. 비가 오면 소금사막의 빗물이 하늘에 비춰 마치 거울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시 효과를 일으키니 말이다. 다행히 우리는 마법의 거울을 제대로 만났다. 데칼코마니! 어떤 포즈를 취해도 예술작품이 되니 명성에 걸맞은 우유니의 얼굴이었다. 해 질 녘의 일몰도 황홀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오묘한 색감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한기가 온몸으로 파고들었으나 예측 불허, 상상 초월의 풍경에 눈을 뗄 수 없었다. 하늘이 준 선물인 우유니 소금사막의 해넘이는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신비였다.


우유니를 찾는 이라면 누구나 하룻밤 소금호텔에서 묵기를 원할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이 신기한 호텔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기대가 컸다. 호텔에 들고 보니 과연 듣던 그대로였다. 벽체나 기둥은 물론이고 바닥, 테이블, 갖가지 장식물 등 대부분의 것이 소금이 원재료였다. 소금 벽돌을 소금물로 마무리한 것이 정말 신기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믿을 수 없어 손가락에 침을 묻혀 벽을 문질러 혀에 댔다. 짭짤한 것이 진짜 소금이었다. 소금 침대 위에 깔려 있는 전기장판은 고객에 대한 최고의 서비스였다. 몸이 으슬으슬하던 차에 전기장판을 사용하니 만족감이 최고치로 올라갔다.


별천지에서 별별 것들을 보고 겪으며 많은 시간 가슴이 뛰었다. 그러나 치안상태는 조금 불안한가 보았다. 시쳇말로 ‘가방을 뒤로하면 네 것, 옆으로 하면 우리 것, 앞으로 하면 내 것’이라고 한단다. 우스갯소리로 듣긴 했으나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이번 여행은 내 운명의 주인이 나 자신임을 다시 확인한 시간이었다. 앞으로의 과제는 좋은 세월을 보듬고 다듬어서 온전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주도적인 삶을 살기 위한 내 방식의 처방전이라 하겠다.


keyword
이전 07화'마추픽추'에서 행운의 동물 '비스까차'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