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닉네임은?!
나만의 색깔을 가진다는 것
70이 다 되어가는 우리 엄마의 별명은 ‘망고’다. 온라인 카페나 사이트에 가입할 때마다 한글로는 꽃망고, 영어로는 mango로 가입하신다. 아빠가 할머니를 부르는 구어체에서 따와 애칭으로 몇 년 전에 만들어주셨다고. 엄마도 꽤 맘에 드시는 모양이다. 망고는 부드럽고 달콤한 속을 가진 과일의 여왕인데다, 색깔도 예쁘니 엄마랑 꽤 잘 어울린다. 할머니도 이렇게 찰떡같은 예쁜 닉네임이 있는데, 난 아직도 마땅한 걸 찾지 못했다.
온라인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은 만나는 세상이다 보니 진지하게 나 자신을 공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일이 제법 많다. 아니 훨씬 많다. 새로운 곳에 가입할 때마다 이 닉네임 때문에 매번 스트레스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작가가 이래도 되나. 난 작가의 자질이 아무래도 진짜 부족한 것 같다. ㅋㅋ
무엇으로 할지 항상 고민만 하다 결국엔 항상 내 이름 네 자 ‘제갈소정’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블로그도 ‘작가 제갈소정’ 이라는 너무나도 공적이며 진실된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부모님이 지어주신 내 이름은 꽤 맘에 든다. 하지만 친구들과 다 같이 소풍 가는 날에 나 혼자만 하이힐에 정장까지 풀 세팅하고 나간 느낌이랄까. 신뢰를 줄 수는 있겠지만 너무 진지하고 딱딱하다. 어쩐지 블로그에서 영 글쓰기가 힘들더라. 필명으로 시작할걸 그랬나 보다. 그럼 좀 더 편하게 표현할 텐데.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 자신만의 색깔이 확연히 드러나는 내가 짓는 제2의 이름 말이다.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나’는 이미 존재한다. 태어날 때 제갈소정이었다면, 40년 넘게 쌓인 나는 누구일까. 인생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내가 정의하는 ‘나 자신’을 찾는 고민이 필요하다. 선천적인 것에 더해진 후천적인 색은 무엇이 있을까? 밑그림 상태에서 태어난 나라는 그림에 분명 채색이 되었을 텐데 찾지 못했으니 아직도 나는 하나도 입혀지지 않은 상태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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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책 <인생에 고민이 있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에 수정, 보완 되어 실렸습니다^^
책에서 만나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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