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참 많이 오던 날이었다. 위 사진은 이태원 역에서 우산이 있음에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못나가고 기록했던 것. 영화 기생충에서 계단으로 비가 쏟아지던 그 장면이 떠올랐던. 그렇게 비가 참 많이 오던 날이었다. 점심 예약 손님이 두팀이나 있는데. 과연 오실 수 있으실까 걱정되었던- 5분간 역앞에 있다가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비건키친으로 출발. 전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비. 12시에 예약되었던 손님 한팀은 시간을 1시반으로 미루셨다. 그리고 12시에 예약했던 손님은 오픈시간보다 30분 일찍, 11시반에 도착하신다고 연락이 왔다. 이 비를 뚫고 찾아와주신 손님. 처음 방문해주신 분이 아니라 지난번에도 뵈었던 분이라 반가움이 참 컸던. 비건키친은 이태원에 있지만 역에서 10분은 걸어야 하는, 사실 쉽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다. 메인거리가 아니라 한산한 골목. 오래된 것들로 마치 시간여행을 오는 듯한 우사단길. 어찌보면 낭만이 있지만 어찌보면 결코 찾아오기 쉽지 않은 곳에 위치한 비건키친. 이 비를 뚫고 와주셨다.:) 감사합니다.
비건키친 일매출 중 최고를 경신했다.
아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냉동실이 뭔가 이상하다-. 고장난 것 같다. 냉동실에 있는 식재료들이 녹기 전에 얼른 고쳐야 한다. 냉동실은 본사도 부르고 했지만 결국 수리가 안된다고 한다. 프레온 가스가 어디서 새는지 모르니 차라리 돈주고 새로 사라는 A/S 아저씨의 말씀 ㅠ 비상으로 일단 프레온가스를 채워 사용하고 조만간 구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이지. 손님이 가시고, 치우면 또 오시고, 손님이 가시고, 치우면 또 오시고. 매장이 분주해 오늘 예약문의를 3팀이나 놓치기까지 했다. (사실 준비된 재료도 모두 소진되어 더 받을수도 없었던) 1시간 가량의 브레이크 타임을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앉지도 물한잔도 못마셨다. (브레이크 타임조차 냉동실 수리로 바빴던 하루ㅠ) 오픈 시간 전부터 찾아주신 단골손님들로 지금껏 오픈이래 비건키친 일매출 중 최고를 경신했다.
손님들의 식사는 챙겨도 내 식사는 챙기기 힘든 일
평소보다 2배가량 손님들이 방문해주시고, 마침 시간대도 짠듯이 겹치지 않게 편하게 방문해주셨음에도 오늘 하루 완전 녹초. 끼니는 당연히 종일 걸러서 집에 오는 길, 깨찰빵 하나 사서 우적우적. 손님들의 식사는 챙겨도 내 식사는 챙기기 힘든 일. 식당을 운영한다는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거리의 식당들을 보며 운영하시는 분들이 참 대단하다. 비건키친 3개월, 힘들지만 찾아주시는 손님들이 점점 늘어나 참 감사한 퇴근길. 해보지 않았다면 절대 느끼지 못했을 보람과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채식 식당을 운영한다는 건 아직 대중적으로 문화가 확산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음식이 좋아서 함께 하게 된 사람들과의 채식 식당 운영 일기를 추억 삼아 조금씩 남겨보려 합니다. 비건 키친은 이태원에 위치한 작은 비건/로푸드 식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