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게 되면서 정말 많은 의사결정의 시간들이 생긴다. 언제 오픈하고 언제 닫지? 맨 처음 비건키친의 오픈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이었다. 그리고 밤 9시까지. (라스트 오더도 9시!) 지금은 낮 12시~ 라스트 오더 8시까지/9시 문 닫음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 시간 정하기. 하지만 손님이 언제쯤 올 것 같아?라고 생각해보면 더 어려워진다. 이건 3주간의 운영기간 후, 변경하였다. 지금은 낮 12시~ 라스트 오더 8시까지/9시 문 닫음 그리고 요일 처음에는 월요일 하루 휴무로 정하고 내내 열었다. 하지만 운영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손님이 붐비지 않는 요일들이 있었다. 동네 분위기도 하나의 요인이 된다는 생각도 든다. 이태원의 일요일은 한산하다. 지금은 화~토 이렇게 주 5일을 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요일은 참 헷갈린다. 지난주엔 평일 영업이 토요일보다 훨씬 잘되었다. 심지어 비도 많이 쏟아지던 날이었는데!
디벨롭 과정을 통해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진짜 메뉴가 된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결정사항. 신메뉴 만들기. 신메뉴를 만들 때는 참 난리도 아니다. 마치 음식 콘테스트를 거치는 듯한. 비건 키친 셰프들 모두 조금도 거침없다. 내가 먹을게 아니니까. 손님이 드실 메뉴는 그래서 더 깐깐하게. 알게 모르게 조마조마한 순간. (남들은 몰라도 적어도 나는 참 긴장되었다.) 다양한 메뉴들은 정말 많지만 모든 게 메뉴로 채택될 순 없다. 그렇게 해서 어렵게 날카로운 호평과 혹평을 거쳐 선택된 메뉴들은 디벨롭 과정을 거친다. 디벨롭 과정을 통해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진짜 메뉴가 된다. 메뉴 디벨롭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 바로 간 맞추기다. 나는 괜찮은데 다른 셰프 입맛에는 짜고, 다른 셰프 입맛에는 싱겁고. 달고, 맵고, 시고, 각각의 맛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 이건 정말 누구의 입맛에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다. 로 메뉴를 만들 때도 시간이 소요되지만, 디벨롭에서 간을 맞추기 위해 같은 메뉴를 몇 번을 만들고, 만들고의 과정이 진행된다. 일반 손님들과는 그래도 약간은 다르다고, 더 건강한 쪽을 추구하신다고 생각하고. 일반 식당처럼 자극적이진 않지만, 어느 정도의 간이 맛있게 있는 그런. 말로는 설명하기 쉽지 않은 맛을 찾아 다수결로 간을 정한다.ㅎㅎ (비건 키친의 짠맛을 내는 재료는 히말라야 핑크 소금이나 10년간 간수를 뺀 구운 소금, 그리고 자연드림에서 구매한 간장, 된장 등으로 절대 인공적인 건 들어있진 않다.) 이렇게 많은 과정을 거쳐도, 사실은 음식을 내놓을 때마다 참 떨린다. 다행히 비건 키친의 간이 잘 통하고 있다. :)
간만 맞춘다고 되는 건 아니다.
간만 맞춘다고 되는 건 아니다. 메뉴 테스트가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 정확한 매뉴얼 없이는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는 요리. 정확한 매뉴얼이 필요하다. 자랑 같지만 (자랑이다.) 비건 키친에는 2번 방문이 아니라 4~5번 방문해주시는 손님들이 많으시다. 어떨 때는 주에 3번을 방문해주신 적도 있었다. (감사합니다!)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한 번만 방문할 순 없는 맛있는 비건 키친 :) 단골손님들이 늘수록 가장 중요한 건, 매번 같은 맛으로 맛있게 전해드려야 하는 점. 손님들의 입맛은 정확하니까. 그래서 정확한 매뉴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비건 키친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 중 하나는 면 삶기. 글루텐프리 면을 쓰고 있기에 조금만 더 끓여도 너무 풀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게 정말 몇 초 차이인데 ㅠ 이렇게 메뉴 하나를 선보이기까지. 참 많은 과정이 있다.
채식 식당을 운영한다는 건아직 대중적으로 문화가 확산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음식이 좋아서 함께 하게 된 사람들과의 채식 식당 운영 일기를 추억 삼아 조금씩 남겨보려 합니다. 비건 키친은 이태원에 위치한 작은 비건/로푸드 식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