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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영 Sep 12. 2019

이렇게 불편한 식당이라니

비건키친 운영 일기. 6

많은 것을 바꿔나갔다.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eco friendly를 지키기 위해 많은 것들을 바꿔나갔다.
노 플라스틱 노 비닐을 실천하고 싶어서 최대한 줄여나가고 있다.

No 플라스틱
테이크 아웃 잔은 모두 종이컵만 사용했다.
빨대도 물론 종이 빨대.
아이스나 핫이나 모두 종이컵이라 이번 여름에는 손님들 불만이 있으실까 봐 걱정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이해해주셨다. 종이컵에 담기니 비주얼이 시원한 느낌이 없고 양도 왠지 적은 느낌이 아니라서 가격을 낮췄다.
종이컵 뚜껑 역시 플라스틱이라 원하시는 손님에게만 드리고 있다.

No 비닐
비닐은 정말 줄이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도 최대한 자연 생분해 비닐 사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비닐 대신 굉장히 많은 수납통이 늘어났다.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되었다.
두둥.

친환경 삼베 수세미와 친환경 세제 종이컵의 뚜껑은 플라스틱이라 원하시는 분들만 드린다.

너 없이 안 되는 게 왜 이렇게 많니.

플라스틱

비건키친은 이태원의 언덕에 있다.
오기에 녹록지 않은 어느 정도의 체력이 소모되는 곳이다.
(하지만 오게 되면 시간이 멈춰진 느낌 있는 우사단길을 즐길 수 있다. 우사단길 소개도 다음에 해봐야겠다.)
그리고 장소 역시 착석 인원이 한정되어 있다.
이러한 오프라인의 단점을 보완시켜 주는 배달.
사실 주변의 식당들만 해도 모두 배달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도 배달하면 어떨까? 란 주제로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의 시작과 함께 던져진 첫 번째 질문.


용기는 뭘로 하지?


친환경 포장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종이 용기가 있었다. 뚜껑 플라스틱.
옥수수 전분인가 그런 걸로 만든 새로운 친환경 용기가 있었다. 뚜껑 플라스틱.
아무리 검색해도 플라스틱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은 포장 용기가 없다.
이게 현실.

그 후 3시간가량, 그리고 2주가량의 검색을 통해 플라스틱 없인 안된다는 결론.
결국 배달을 포기했다. (속상했다.)

손님들이 오셔서 맛있다고 더 주문해서 포장을 해가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신다.
동네 손님들은 집에서 알아서 용기를 가지고 오시는 경우도 있으시다.
하지만 대부분은 준비하지 못한 손님들.
가끔은 다음에 오실 때 돌려주세요. 라며 매장에 잠깐 여유가 있던 용기에 담아 드린 적도 있다.
(여유가 있던 것도 아니고 사실은 비건키친 셰프들의 개인 점심을 담아오던 용기ㅠ)
포장도 안된다는, 이렇게 불편한 식당이라니.

플라스틱이 없으니 참 불편하다. 우리도. 손님도.
배달과 포장이 없으니 날씨와 환경의 영향을 무던히도 받게 된다.

태풍으로 비가 많이 오던 지난주.
길가에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배달 오토바이들만 분주히 다니는 걸 보았다.
우리도 하고 싶다. 배달.

우리의 회의는 늘 돈을 잘 벌기 위한 고민이 아니라 우리가 세운 원칙에 대한 내용이 참 많다.
재료부터 플라스틱까지-
가끔 잘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싶어 지는 순간이 온다.


채식 식당을 운영한다는 건, 아직 문화가 확산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이 일이 좋아서 함께 하게 된 사람들과의 채식 식당 운영 일기를 추억 삼아 조금씩 남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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