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불륜이란걸 할 수 있을까?
나의 이유와 너의 이유
어떠한 행위로 생겨난 결과물을 보는 나의 이유와 너의 이유는 하늘과 땅차이다. 내가 재수를 하는 이유는 나에게는 열 가지 아니 스무 가지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생각하는 내가 재수를 하는 이유는 물러보지 않아도 뻔하다. 내가 공부를 못하거나 안한 탓이다. 오늘 내가 몇 년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나에게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학연 지연으로 겪는 불평등. 지랄 맞은 상사, 개인의 정신적은 아픔, 등등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다른 이에겐 내가 그만둔 이유는 간단히 "내가 못 나서다". 행위의 결과가 아무리 나쁘더라도 나에게 있어서 만큼은 내가 한 행위의 동기가 무엇이었냐로 정당화된다. 바로 내가 하면 사랑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를 제외한 모든 다른 이들의 행위는 그들의 동기와는 전혀 상관없이 보이는 결과로만 판단된다. 바로 남이하면 불륜이 되는 것이다.
내가 하면 하늘도 슬퍼하며 울고 가는 사랑이고 다른 사람이 하면 세상 모든 이가 저주할 불륜이란 말은 바로 여기서 나온 말이다.
왜 내가 하면 괜찮고 네가 하면 안 되는 걸까?
행위의 결과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보이게 된다. 일단 내가 어떠한 행위를 한 이유, 즉 정보의 양은 나에게서는 셀 수 없이 많다. 정신적인, 신체적인, 환경적인, 가족의 이유 등등.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그 결과를 초래한 행위를 뒷받침해 주는 정보의 양이 나에게는 아주 많다. 그래서, 주어진 많은 정보를 이용하여 적절한 이유를 만들어 내기가 수월하다. 결과에 아무리 심한 질책이 가해지더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많은 정보를 이용해 만들어낸 이유에는 충분한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최소한 본인 자신에게는.
그렇다면 다른 이의 행위에 대한 결과를 생각해 보자. 일단 인간은 다른 이의 입장을 듣고 이해하는 행위에 능숙하지 않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면 어떤 모임에서 놔눴던 대화를 뒤돌아 보면 다른 이들이 했는 이야기를 그렇게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본인이 한 이야기를 그들이 기억을 못 하면 화를 내겠지만. 바로 본인의 이야기는 몇 날 며칠 동안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이가 이끌어낸 결과물은 어떠할까? 그 결과물에 대한 다른 이들의 많은 이유들을 본인의 이유인 것 마냥 듣고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해를 떠나 기억을 할 수 있을까?
바로 여기서부터 서로 간에 이해의 불균형은 시작된다.
바로 내가 하면 사랑, 네가 하면 불륜이 생겨난다. 내가 일을 제시간에 끝내지 못한 것은 하늘과 땅이 알고 있는 이유가 있다. 왜냐면 일을 진행하는 동안 너무나도 많은 일이 생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아닌 네가 일을 제시간에 마치지 못한 건 온전히 너 때문이다. 왜냐면 네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는 나에게 있어서는 일의 결과에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바로 불륜은 그 행위의 수위가 얼마나 과감하고 위험하냐로 구속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가 그 불륜을 얼마만 큼 정당화시킬 수 있는지, 바로 주어진 정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불륜이 이러 날 지 아닐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어떤 행위를 하기 위해선 본인에게 충분한 이유와 정보다 필요한 것이다.
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