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숨겨진 주파수
인간의 청각은 20Hz에서 20kHz 사이의 소리만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보다 낮거나 높은 주파주는 듣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 과학적 사실은 우리의 일상적 소통에 대한 깊은 은유가 된다. 우리는 실제로 얼마나 많은 것을 '듣지 못하고' 있을까?
어느 봄날, 나는 카페에서 한 젊은 연인의 대화를 무심코 듣게 되었다. 여자는 자신의 직장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했고, 남자는 즉각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녀의 한숨과 눈빛은 단순한 해결책이 아닌, 따뜻한 이해가 필요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마치 무전기의 주파수를 맞추지 못해 서로 자신들의 이야기만 할 뿐 상대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처럼, 그들의 대화는 서로 다른 채널에서 맴돌았다.
우리의 대화는 종종 빙산과도 같다. 수면 위로 드러난 말들은 전체 메시지의 일부일 뿐이다. 실제로 중요한 것들은 목소리의 떨림, 잠깐의 침묵, 그리고 말꼬리를 흐리는 순간에 숨어있다. 마치 고래의 노래가 수면 아래에서 수백 킬로미터를 전파되듯이, 진정한 감정은 말의 표면 아래에서 울리고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도 감정을 분석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개봉했던 영화 메간에서 로봇이 아이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며 대화하는 모습. 그러한 로봇을 너무나 좋아하게 되는 아이.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기계가 감정을 읽을 수 있게 된 시대에 우리는 점점 더 서로의 감정을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나누는 대화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감정의 주파수를 놓치고 있는 것일까?
진정한 소통은 귀로 듣는 것을 넘어선다. 그것은 마음의 안테나를 세우고, 상대방의 모든 신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다. 때로는 침묵 속에서 가장 큰 대화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 그것이 진정한 소통의 깊이일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민감한 수신기를 갖추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 너머에 있는 감정의 주파수를 포착하고, 때로는 들리지 않는 소리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바로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소통의 기술이 아닐까?
결국 소통은 과학이 아닌 예술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완벽한 공식은 없다, 하지만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은 이해와 공감의 차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