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의 밑그림은 이미 지지율이 10%를 오가던 때부터 충분히 완성되어 있었다고 본다.
어쩌면 그보다 더 이전에, 온갖 이유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시키려 했던 카르마와 초대 대통령부터 이어진 정치인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있는지도 모른다.
지지층도 없고, 불만은 많으니 자연스럽게 명태균, 김건희 같은 부정적인 이슈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개인적으로, 명태균과 관련된 이슈는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그 정도 이슈도 만들지 않기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면 사실상 팔다리가 잘린 채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그럴듯한 말만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슈의 중대성을 떠나서 그것이 여론이 되었다는 것은 어쨌든 대통령은 당사자로서 그 여론을 받아들여 무언가 해야 한다는 뜻일거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선택한 것은 계엄령이었다. 여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명백하게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론과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여론은 뭘까?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고 심지어 경멸하게까지 만드는 여론의 뿌리는 무엇일까?
역시 개인적인 생각으로, 나는 그것이 비전에 대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대통령에게 비전을 바란다. 경제 성장이든, 민주화든, 사회 개혁이든 무언가 사람들의 마음을 단합시켜 이끌만한 비전.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을 생각해봤을 때 그런 비전은 없다.
솔직하게 말하면, 많은 정치인은 - 예를들면 트럼프처럼- 비전에 큰 진심이 없더라도 비전이 있다는 환상을 그럴듯하게 팔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말로든 행동이든 그런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비전을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은 가혹한 일인지도 모른다. 대통령으로서의 비전은 결국 국민들에게서 나오는 것이지 대통령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론에 편승해서 대통령이 되었는데, 대통령이 되자마자 여론을 초월하는 비전을 창출해내라는 것은 어려운 요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그런 것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인지도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결국 계엄령으로 여론과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이제 남은 것은 이기냐 지냐 둘 중 하나일 뿐이다. 물론 시작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시작하는 순간 패배가 예정된 싸움이었다. 언제 지느냐의 문제일 뿐.
윤석열 대통령은 여론은 이미 등을 돌렸고 자기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예정된 실패를 질질 끌 바에는 승부수를 던져 빨리 받아들이려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
당연한 말이지만 탄핵에도 문제가 있고 탄핵 이후에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보장도 없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탄핵을 빨리 단행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좋아 보인다.